중국 최대 민간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위안(컨트리가든)이 올 상반기 489억위안(약 8조87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67억위안(약 1조2100억원) 손실에 비해 손실규모가 7배 넘게 폭증했다.
비구위안은 1년 전인 지난해 상반기에는 6억1200만위안(약 1109억원) 흑자를 낸 바 있다.
중국 부동산 거품 붕괴가 가속화하면서 부동산 시장 버팀목 역할을 했던 비구위안도 생사 존폐의 길에 놓이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월 30일(이하 현지시간) 비구위안이 역대 최대 규모 반기 손실을 발표했다면서 비교적 최근까지도 중 부동산 업체 가운데 그나마 가장 건실한 것으로 평가받던 비구위안도 부동산 침체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비구위안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부동산 시장에 관한 암울한 전망도 내놨다.
광둥성에 근거지를 둔 비구위안은 이날 실적 발표에서 올 상반기 매출이 1년 전보다 39% 증가한 2260억위안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고 비관했다.
대규모 손실을 냈을 뿐만 아니라 수요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부동산 침체가 중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임을 예고한다.
중국 경제는 2021년 헝다(에버그란데)그룹이 디폴트(채무불이행)한 이후로 2년간 부동산 시장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고전하고 있다. 부동산 부문 유동성 위기는 현재 부동산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해 주고 있는 중국 투자업계로 불똥이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구위안은 최근 부동산 거품 붕괴의 상징이 되고 있다.
앞서 이달초 비구위안은 국제 채권자들에 대한 이자 지급을 미뤘고, 29일에는 중국 채권자들에게 다음주인 위안화 표시 채권 만기를 40일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비구위안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현재 채무가 1조3600억위안(약 246조6300억원)에 이른다. 비구위안은 채무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채무관리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현실 벽에 부닥쳐 오락가락 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거품을 완화하기 위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돈 줄을 좼지만 경제가 침체되자 결국 이를 풀었다.
30일에는 광저우와 선전 등 남부 도시에서 생애 첫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
중국 부동산 거품은 중국 경제를 좌초시킬 수도 있는 암초로 알려져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앞으로 넉 달 동안 갚아야 할 위안화·달러표시 채권 규모만 380억달러(약 50조원)에 이른다.
다국적 부동산업체 JLL의 중화권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브루스 팽은 "거의 모든 민간 개발업체들이 현금흐름 압박을 받고 있어 부동산개발업체들의 디폴트는 틀림없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한동안 사라지기 어렵다"고 비관했다.
팽은 당국이 곧바로 지원정책을 펴더라도 부동산 업체들의 현금 흐름, 주택 매매, 신축주택 착공 등에 영향을 미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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