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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UAE 품은 브릭스, 내년 '新수출결제통화' 논의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31 10:45

수정 2023.08.31 11:32

- 내년 회원국 11국으로 늘면 주요 석유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 확보, 달러 지배력 위협
- 브릭스 신개발은행 전 부행장 "러시아가 새 통화는 ‘R5’(R-five)로 명명하자고 제안"
지난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AP 뉴시스
지난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AP 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세 불리기’에 성공한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가 달러에 대항하는 새로운 수출결제통화를 만드는 것을 논의한다.

브릭스는 미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내년에 새 회원국이 합류하게 되면 브릭스는 주요 석유 수출국과 수입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석유 시장에서 달러 지배력을 위협할 조건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다.

달러 지배력 위협 조건 갖추는 브릭스

31일 관찰자망 등 중국 매체는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를 인용,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유튜브 ‘대통령과 대화’ 인터뷰에서 “다음(2024년) 브릭스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원국 재무장관들 간에 수출결제통화를 만드는 것에 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유럽인들은 유로화를 만들었고 우리도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달러로 거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브릭스 회원국간 거래 통화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통화로 거래할 수 있다. 문제없으며 우리는 그것을 할 수 있다”며 “우리 재무장관들은 다음 정상회의 전에 수출결제통화를 만드는 데 합의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향후 1년 동안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달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브라질 경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브라질, 브라질 무역, 브라질 통화에 도움이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룰라 대통령은 강조했다.

브릭스 회원국 정상들이 지난 24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제15차 정상회의를 개최한 뒤 발표한 성명에도 “재무장관 또는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브릭스 통화 협력, 지불 수단 및 플랫폼을 연구하고 다음 정상 회담 전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는 언급이 들어 있다.

남아공 재무장관 역시 브릭스 재무장관 회의가 10월 모로코에서 개최돼 회원국들의 상호 무역에서 자국 통화 사용 확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브릭스 회원국들은 지난 정상회의에서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 UAE 등 6개국을 브릭스 협력 메커니즘에 참여하도록 초대했다. 이들 국가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정식 회원국이 된다.

이 가운데 신규 회원국인 사우디·UAE와 기존 회원국 러시아는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를 통해 석유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은 석유 시장 최대 수입국이다. 인도도 대량의 석유를 수입한다.

주요 외신은 사우디와 UAE 입장에서는 이번 브릭스 가입으로 필요하면 달러 의존도를 자유롭게 낮출 수 있는 기회와 유동성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와 UAE는 자국 통화와 달러화의 고정 환율제를 실시하고 있어 유동성과 구매력 확보 측면에서 달러화와 경쟁하려면 다른 거래 통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영국 기반의 위기관리기업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토르비에른 솔트베트 전략가는 “그들은 미국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할 상황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위해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인도는 사우디와 UAE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사우디의 대중국·인도 교역 규모는 1750억달러(약 232조원)에 달했다.

반면 미국과 일부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러시아 제재와 석유 감산 등 문제로 지난 18개월간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곳곳에 드러난 반미 기류, 새 통화'R5’(R-five) 제안

브릭스 회원국들은 자신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7개국(G7) 대항마 성격이 아니라고 하지만 곳곳에서 반미 기류를 읽을 수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2일 브릭스 국가 비즈니스포럼 폐막식 연설문 곳곳에 ‘반미 혹은 반G7을 위한 단결’ 취지의 문구를 담았다.

룰라 대통령도 인터뷰를 통해 “1995년 글로벌 구매 평가에서 G7은 세계 GDP의 44%를 차지했지만 브릭스 국가는 16%에 불과했디”면서 “그러나 오늘날 브릭스 국가는 32%, G7은 29%가 됐다.
다시 말해 상황이 바뀌었다”고 피력했다.

브릭스 신개발은행(NDB) 부행장을 지냈던 브라질 경제학자 파울로 노게이라 바티스타 주니어는 지난 21일 러시아 언론에 “달러화 무기화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면서 브릭스 국가들은 달러화를 대체할 화폐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러시아 측이 브릭스 국가들의 통화는 앞에 알파벳 ‘R’이 붙기 때문에 새로운 공동 통화를 ‘R5’(R-five)로 명명하자고 제안했다”면서 “매우 흥미로우며 R5를 통합 계정으로 시작한 다음 후속 단계를 개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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