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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대놓고 꺼내든 적화통일 망령 그리고 안보의 중요성 [fn기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1 06:00

수정 2023.09.01 08:07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北 군사전략 최종목표는 적화통일·한반도 공산화  
 -北적화통일 준비 과도한 우려라 가벼이 여긴 결과  
 -3대 세습 70년 누적, 北핵 작전적 사용·협박 단계 
 -적화통일 망령, 핵무장 완성 향해 은밀히 준비해와  
 -북한에 희망적 사고, 낮은 자세 대응은 안보 무너질 수 있어 
 -한국, 한미, 한미일 대북정책 선명성 강화, 안보불감증 탈피 
 -3축 체계 실효성 극대화, NCG 기반 한국형 확장억제 구체화 서둘러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북한의 군사전략은 기습전, 배합전, 속전속결전을 그 핵심으로 한다. 그리고 북한이 바로 이 군사전략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최종목표는 적화통일, 즉 한반도 공산화다. 1950년 6월 25일 김일성은 이 목표달성을 위해 기습남침을 감행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한국은 유엔군의 지원을 받아 김일성의 한반도 공산화 야욕을 막아내었다. 한편 이런 목표달성에 실패한 김일성은 그 목표달성의 최종책임자 자리를 김정일에게 넘겨주었고, 지금은 김정은이 그 책임자 자리에 앉아 있다.


김일성의 적화통일이 실패로 끝낸 지 70주년이 되는 2023년 지금 북한이 적화통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걱정하면 자칫 과도한 우려라고 비아냥을 살 정도로 북한의 최종야욕에 둔감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둔감성은 북한의 화전양면전술이나 회색지대전략의 함정에 빠져서 안보 사안을 너무 가벼이 여겨온 시간들이 누적된 결과다. 경제협력을 하면 북한이 변할 것이란 실험적 정책이 번번이 실패로 끝났지만 제2버전 그리고 제3버전의 경제협력에 집착하는 사이 북한은 핵무기를 완성했고 이제는 그 핵무기를 작전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단계에 와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해 가면서까지 달성하려는 최종목표가 70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을까? 이를 걱정하면 과도한 것일까? 지금의 북한은 적화통일이 목표일 수 없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희망적 추론에 집착하는 사이 이를 역이용해서 북한은 적화통일을 위한 준비를 은밀히 진행하여 왔다는 사실을 김정은이 확인시켜주었다. 2023년 8월 29일 전군지휘훈련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김정은은 “남반부 전 영토 점령”이 작전계획의 목표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적화통일 야욕이 70년 동안 지속되어 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김일성의 적화통일 망령이 김정은을 통해 되살아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되레 그 망령이 은밀하게 숨어서 적화통일 목표 달성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온 것이고 그 준비에 핵 무력 완성도 포함되어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려는 내재적 접근과 경제협력을 통해 안보도 지킬 수 있다는 집착도 희망적 사고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이 나서서 ‘강 대 강’ 대결을 조성해 한반도 긴장을 높일 필요까지는 없더라도 북한의 강압대응에 무기력한 모습이 되어서도 안 된다. 핵무장을 완성한 북한에 낮은 자세로 ‘강 대 약’으로 대응한다면 안보가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위험천만하고 비겁한 ‘강 대 약’ 대결보다 안정적 균형을 유지하는 ‘강 대 강’ 대결이 차라리 안보를 위해서는 나을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북한정권의 목표를 확인한 지금, 한국, 한미, 한미일 그리고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성이 높은 대북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북한의 핵사용은 ‘정권의 종말’이라는 메시지를 수시로 발신하는 것은 그 선명성을 높여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한국형 3축 체계의 작전적 실효성을 극대화하고 핵협의그룹(NCG)에 기반한 한국형 확장억제 구체화를 서두르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안보불감증에서 탈피하여 현실을 직시하고 군인들의 대적관을 명확히 하는 정신적 요소도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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