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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불법 도청' 국정원 수사관, 징역형 집행유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31 15:15

수정 2023.08.31 15:15

지하조직 모임 몰래 녹음한 혐의…법원 "위험성 인식했음에도 녹음 계획"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민간인을 불법 도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정보원(국정원) 수사관들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이종찬·성창희 판사)는 31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수사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B씨 등 3명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들 4명에게는 자격정지 1년도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단순히 제보자에게 녹음장치를 제공한 것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녹음을 계획, 실행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해 보인다"고며 "제보자가 대화 녹음에 일부 관여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은 범행에 가담한 공동 정범으로서 죄책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내부 서류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비밀 녹음장치 특성상 제보자가 참여하지 않은 대화들이 무작위로 녹음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전에 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미필적으로나마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고의가 인정되므로 검사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오랜 기간 국정원에 근무하면서 국정원장, 군총리, 대통령 등으로부터 표창을 받는 등 모범적으로 공무원 생활을 한 점, 녹음 자체가 사적 이익이 아닌 국가 안보를 위해 이뤄진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A씨 등은 국정원 수사관으로 재직하면서 지난 2015년 10월 한 캠핑장에 녹음장치를 설치해 지하조직 모임의 대화를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제보자가 지하조직 참여를 권유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녹음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제보자가 참여하지 않은 대화가 녹음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도 긴급감청에 따른 사후허가서를 신청하지 않은 채 녹음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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