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승진했는데도..."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자 10명 중 4명만 수용

이승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31 16:35

수정 2023.08.31 16:35

신용점수 상승 시 금리 낮추는 금리인하요구권
은행권 평균 수용률 41.4% 그쳐...전반기比 하락
5대 시중은행은 35.1%로 2반기 연속 낮아져
신청건수 늘어난 영향으로, 이자감면액은 증가

사진=뉴시스화상
사진=뉴시스화상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 현황
(백만원, %)
2022년 상반기 2022년 하반기 2023년 상반기
5대 시중은행 평균 수용률 41.3 40.8 35.1
총 이자감면액 9,548 14,709 15,429
전체은행 평균 수용률 38.0 42.1 41.4
총 이자감면액 73,109 70,591 92,841
(은행연합회)

[파이낸셜뉴스]올 상반기 은행권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수용해 금리를 인하해 준 비율이 10건 중 4건에 그쳤다. 전체 은행 수용률이 뒷걸음질 친 가운데 5대 시중은행은 2반기 연속 수용률이 낮아졌다. 다만 총 이자감면액은 오히려 커져 은행들은 신청건수가 늘어난 데 따른 '착시효과'라는 설명이다.

8월 3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시대상 19개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수용률이 41.4%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42.1%)에 비해 0.7%p 소폭 낮아진 수치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88.4%)과 IBK기업은행(79.4%)이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제주은행(12.9%)의 수용률이 가장 낮았고 경남은행(17.1%), 케이뱅크(17.3%), 토스뱅크(19.8%) 등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 좁혀보면 하락세가 더 가팔랐다. 모든 은행의 수용률이 일제히 하락하며 올 상반기 평균 수용률이 35.1%로 지난 하반기(40.8%) 대비 5.7%p나 낮아졌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68.8%), 우리은행(34.9%), 신한은행(26.7%), 국민은행(25.7%), 하나은행(19.2%) 순으로 수용률이 높았다. 5대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앞서 지난해 상반기(41.3%) 대비 하반기에도 하락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승진, 소득 증가, 부채 감소 등 신용점수가 좋아졌을 때 대출자가 기존 대출에 대해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최근 금융당국은 고금리 시대 금융소비자의 편의 제고를 위해 금리인하요구제도의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적극 내고 있다. 올 초에는 △신용도가 높아진 차주에 대한 수시 안내 △금리인하요구 신청 요건에 대한 안내 강화 △심사 결과 불수용 사유 안내 구체화 등을 골자로 하는 '금리인하요구제도 실효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이런 단편적인 '수용률'만 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비대면 신청이 용이해지면서 신청건수 자체가 폭증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수용률이 가장 저조한 데 대해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금리인하요구권 비대면 신청 프로세스가 정착됐고, 신용위험이 없는 담보대출의 신청이 증가하면서 작년 하반기 대비 금리인하 신청건수가 대폭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용률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반기 새 전체 19개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는 102만9112건에서 127만7064건으로 약 1.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 수용건수는 31만5771건에서 36만1463건으로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총 이자감면액도 22억원 가량(706억원→928억원) 많아졌다. 금리인하요구권의 실효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총 신청건수와 수용건수가 모두 낮아졌지만 총 이자감면액은 되레 증가(147억원→154억원)했다. 특히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크게 감소한 국민은행(11.2%p)과 하나은행(7.7%p)은 타행에 비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금리인하요구 신청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건수가 지난 하반기 대비 약 1.5배(4만1633→6만5948), 국민은행은 2.5배(2만6848→6만4512)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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