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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키신저는 中이 최대 적국 될 줄 몰랐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31 18:20

수정 2023.08.31 18:20

[fn광장] 키신저는 中이 최대 적국 될 줄 몰랐나
미국의 국무장관을 지냈던 키신저 박사는 100세 생일을 보내면서도 왕성한 집필과 강연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필자는 키신저의 대중외교는 미국 외교사의 대단히 큰 실수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키신저 사후에 키신저의 중국과의 국교정상화는 국제정치학 분야의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다. 미국과 함께 G2 국가로 떠오른 중국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서 키신저가 왜 그리 중국에 빨리 접근했느냐가 의문시된다.

키신저는 중국과의 국교정상화는 소련과 가까워지는 중국을 친미성향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지금 살펴보면 미국의 가장 큰 적성국가가 되어 있다.
중국과 국교를 열면서 덩샤오핑의 개방경제는 중국의 경제를 급성장시켰고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의 평범한 시민들조차도 상상을 뛰어넘는 값싼 가격으로 중국 옷을 사서 입었고 월마트 같은 세계적인 유통업체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친미적이기는커녕 시진핑의 중국은 세계 패권국가로서 미국에 맞서는 입장이 되었고 미국의 대통령은 중국의 힘을 빼고자 나토와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사하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또 하나의 실수는 공산중국이 경제적 성장을 하며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되면 저절로 정치적 자유, 즉 민주화 요구가 들고 일어나 민주국가로 변모할 것이라는 키신저의 예측은 아직은 빗나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한국이 대표적 케이스라 할 수 있는데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을 먹고살게 만들었지만 경제적 풍요에서 나온 정치적 자유라는 민주화 요구에 본인은 어려움을 크게 겪었다. 중국의 시진핑은 이러한 경제와 정치의 아이러니를 간파하고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더욱 더 통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힘을 쪼금 주저앉히고 싶겠지만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해 동맹들이 모두 단합해 중국을 견제한다 하더라도 견제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일대일로라는 중국의 패권정책을 선포했을 때부터 중국에 대한 견제를 시작했어야 했다. 심지어는 미국의 많은 대학들과 개발도상국에 공자학원이라는 조직을 구축하면서 엄청난 예산을 퍼부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하청기업처럼 출발했으나 절치부심 노력하여 세계 첨단산업의 우수한 경쟁자로 올라섰다. 그러면서 여전히 시진핑 독재체제로 정치안정을 유지하면서 경제력으로 승부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중국에 수출해서 크게 이익을 보아 온 한국도 이제는 기업을 철수하거나 각종제재를 받아 경제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날에 거대한 힘을 가진 중국을 누가 만들어 주었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해야 한다면 닉슨 대통령의 허락을 받고 진행되었지만 외교를 책임지는 국무장관 키신저가 진행한 미·중 국교정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고위외교간부가 공식 포럼에서 중국에 대해 비난하는 말을 조심하라는 경고성 발언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 키신저는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로 발전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시진핑의 장기집권이 보장된 만큼 중국은 절대로 미국에 친화적인 국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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