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동규의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가치평가의 특이점 인정해야[수담활론]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2 06:00

수정 2023.09.02 06:00

[파이낸셜뉴스] 수담활론(手談闊論)]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수담)을 통해 우리사회 곳곳의 이슈들을 파악하고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편집자 주>
[이동규의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가치평가의 특이점 인정해야[수담활론]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판단하는 '가격'
소프트웨어(SW)의 가격과 가치는 어떻게 정해져야 할까.

문서작성이나 통계, 프레젠테이션에 많이 사용되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한컴오피스'의 1년 사용 한정 제품(구독형 제품) 가격은 대략 6만원 정도, 영구 제품은 30만원이 넘기도 한다. 운영체제(OS), 백신 프로그램 등을 더하면 컴퓨터(노트북) 한 대를 이용하기 위해 SW 비용으로 최소 20만~5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다만, 무료로 배부하는 오픈소스 기반의 SW는 별론으로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컴퓨터 보유율이 81.0%다. 전체 2238만가구 중 1800만가구에 컴퓨터가 있는 셈이다. 원칙적으로만 보면 1800만대의 가정용 컴퓨터에 OS를 비롯해 오피스, 백신 등 20만원에서 50만원 상당의 기본적인 프로그램이 갖추어져 있을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생각하면 가정용 SW 전체 비용은 최소 3조~5조원 수준이 된다.


시장분석 전문기관인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컴퓨터 출하량 578만대 중 가정용을 제외한 기업, 교육·공공기관이 280만대 정도라고 한다. 가정용과 달리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그래픽, 멀티미디어, 컴퓨터 지원 설계(CAD)·컴퓨터 지원 제조(CAM), 각종 유틸리티 등 더 많은 종류의 SW가 필요하다. 그런데 가정용에 비해 기업용 특정 SW는 더 비싸다.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 많게는 1억원을 넘기는 제품도 있다.

무형IP 소프트웨어는 첨단기술 집약형 디지털 기간산업

SW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오피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투입된 인력과 평균임금, 개발기간과 투입비용, 사무실 임대료 등 부대비용을 합쳐 원가를 계산하고 기대수익, 기대판매량 등을 고려해 가격결정을 추정해볼 수 있다. 관련 데이터는 기업에서 공개하고 있는 공시자료나 신문기사 등에 기반해 어느 정도의 기초적인 사실은 파악할 수 있다.

'가격'이란 물건이 지닌 '가치'를 돈으로 나타낸 것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사용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을 가격이라 하고 그 제품이 가지는 효용성을 따지는 것을 가치라고 한다. 가격은 정해진 금액이 있지만 가치는 효용성이나 만족감, 사용자의 필요성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 값이나 평가가 주관적이다.

SW에 대한 가치평가는 기술가치평가 방법을 활용한다. 기술가치평가란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정량적으로(금액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기술의 가치가 정량화되면 기업자산으로 인식되어 기업(가치)평가에 기여할 수 있고 가치가 책정된 기술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통한 주식 상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SW는 일반 제품과 달리 무형 기술로 구현되는 창작물, 무형자산인 지식재산이다. SW는 인간의 두뇌활동에 기반한 프로그램 창작이 핵심인 지식집약 산업, 특허와 저작권 등과 같이 지식재산권을 창출하고 활용하는 산업기술이다. SW산업은 뛰어난 창착 능력을 가진 프로그래머, 하드웨어(컴퓨터)와 소프트웨어(프로그램)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소프트 산업인 동시에 첨단기술 집약형 디지털 기간산업이다. 기술가치평가에 SW가 가진 특성을 반영하고 제조업과는 다른 가치변수들을 조정하면 SW기술가치평가가 가능하고 SW기업 가치도 평가할 수 있다.

가치평가의 다양성 확보 통해 적절한 평가 이뤄져야
SW는 일반 제품에 비해 기술수명이 짧다. 한번 개발된 SW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제품을 생산하고 나면 모든 공정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개발 이후 유지보수가 더욱 중요하고 필수적이어서 SW기업들도 적정한 유지보수 대가를 계속 요청하는 것이다. 전통적 제조기업의 상품 개발이 연구개발(R&D) 활동이듯 SW 개발을 위해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코딩'하는 행위가 SW기업의 R&D 활동이다.

SW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유형자산이 거의 없다. SW기업의 재산은 SW와 프로그래머(개발자)다. SW기술가치평가나 SW기업가치평가에 있어 개발자 인건비, 개발활동에 따른 비용 등 SW개발비를 사업성 요인로 취급해야 하고 회계상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정해야 한다.

초거대 A·메타버스·NFT 등의 신기술 기반 산업이 미래 국가를 책임질 디지털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SWㆍDATA 산업의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도 서비스산업의 디지털화 전략으로 SW 자산 전용 가치평가 모형 개발, 가치평가 기반 대출을 통한 혁신기업 지원을 약속했다. 환영할 일이다.

가치평가는 어느 일방이 앞서서 주도하거나 정해진 하나의 평가방법을 사용하기보다는 다양성 확보를 통해 상황과 필요에 맞는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의 자율을 뒷받침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
다양한 민간 평가기관 육성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평가가 서비스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은행이나 신용평가회사와 같은 금융기관, 투자기관이 이 같은 가치평가 결과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


/ 이동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실장(융합보안학 박사)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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