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제조업 의존도와 점차 고령화되는 노동시장 등이 독일의 과거·현재와 흡사해,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3일 공개한 '최근 독일경제 부진 배경과 시사점' 제하의 국제경제리뷰 보고서에는 이 같은 분석이 담겼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미국유럽경제팀 진형태 조사역과 김민수 과장, 정다혜 조사역은 "한국도 제조업 비중과 중국 의존도가 높고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가 크다는 점에서 최근 독일 상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보면 최근 독일은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로 다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진 가운데 금리 인상 파급 효과, 중국 등 대외 수요 둔화가 더해지면서 G7 중 올해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4분기부터 2분기 연속 역성장하면서 기술적 침체에 진입한 이후 올해 2분기에도 회복세로 접어들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7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올해 독일의 성장률을 -0.3%로 전망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경제는 작금의 어려운 상황이 단기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의 성장을 제약할 구조적 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독일 경제는 제조업 비중이 크면서도 첨단 IT 경쟁력은 약한 산업구조를 지녔다. 특히 전기차,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프라가 취약해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 중심을 벗어나는 상황에서 과거 같은 지배적인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령자·비숙련 노동자 비중이 큰 노동시장 구조도 발목을 잡는다. 독일은 지난 20여년간 고령층과 저숙련 이민자 유입에 의존한 결과 고숙련 근로자를 중심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중이다.
일례로 현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숙련' 노동자의 부족을 느낀다고 응답한 독일 기업의 비율은 2000년대에는 10% 미만이었으나 올해 6월에는 42.2%에 달했다. 또한 고령층 노동시장참가율은 2000년 43%에서 2018년에는 73%로 상승했으며, 독일 노동부 장관은 2035년 노동력 부족이 700만명에 이를 전망이라며 이민정책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보고서는 "한국과 독일 모두 과거 중국 경제의 부상에 힘입어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유지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 노동공급이 고령층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모습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독일 노동시장 상황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비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양호한 고숙련 근로자 기반을 활용해 첨단산업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 다변화와 친환경 전환을 성장 잠재력 확충의 기회로 삼는 한편 외국인 노동자 유입 등의 정책 방안을 마련해 고령화에 따른 노동 부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고숙련·저숙련 별 수급상황에 맞춘 균형 있는 대응이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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