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 '치안 중심' 조직 개편에 내부 분위기는 싸늘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3 18:54

수정 2023.09.03 18:54

수사 인력 빼내 현장에 배치
"아랫돌 빼서 윗돌 괴나" 비판
의경 해프닝에 정책 신뢰 추락
경찰 조직개편을 앞두고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림동 흉기난동 등 이상동기범죄가 잇따르면서 경찰은 본청과 시도청, 일선 경찰서(본서) 인력을 현장으로 배치하는 민생 치안 강화 방안을 이르면 이번주 발표한다.

그러나 경찰 내부 분위기는 싸늘하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최근 '의무경찰제 부활'이 해프닝으로 끝난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국민의 일상과 직결되는 민감한 정책을 정교하게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비판이 그것이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본청과 시도청 인력 약 5%를 지구대와 파출소 등 치안현장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이르면 이번주 발표한다. 본청과 각 시도청, 경찰대학 등 부속기관 인력 총 1만6000여명 가운데 약 800명이 치안 현장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씨는 "조직 개편이 돼도 무차별범죄 대응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조직 개편보다는 현재 인력에 대한 훈련과 장비를 개선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다른 경찰관 B씨는 "치안과 수사 어느 곳에서 인력을 빼 다른 곳에 넣겠다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형사나 경제 부서의 경우 사건이 상당히 많은데, 인력이 빠지면 처리 기간이 길어져 민원도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경찰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것은 정책 성숙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경 부활 논란'이다. 지난 8월 2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무차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의무경찰을 재도입해 8000명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한 총리는 일선 경찰 조직개편을 통해 치안 인력을 확대하겠다고 정정했다. 그러다가 지난 8월 31일 경찰 조직개편이 불충분할 경우 의경을 추진할 수 있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특히 민감한 정책인 '의경 부활'에 대해 관계부처간 협의 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부 분위기는 더욱 냉담해졌다. 경찰 C씨는 "의경 재도입 발표가 난 다음에 경찰청에서 국방부랑 협력하겠다고 이야기 나오는 과정에서 갑자기 의경 도입이 무산됐다. 애초부터 논의가 없었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예산이 들어가는 정책 판단인데 너무 쉽게 결정되고 다시 뒤집히는 것이 보기 안 좋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조직개편보다 근무 체계 및 경찰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교 교수는 "지금의 근무체계를 그대로 운영하면서 상급부서 인력을 치안 현장으로 보내는 것은 현실성 없다"며 "경찰 업무와 기능은 늘려가면서 3~4교대로 근무체계는 확대하고 인력은 늘리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장에서 유능한 사람이 재평가될 수 있는 인사구조로 개편하고 조직 개편보다 근무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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