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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李대표 방탄 단식 이은 쪼개기 출두 요구 지나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3 19:19

수정 2023.09.03 19:22

이재명 대표 무기한 단식 진행중
4일 검찰 출석 요구 거부·무산

나흘째 단식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런던협약·의정서 88개 당사국에 친서 발송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뉴시스
나흘째 단식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런던협약·의정서 88개 당사국에 친서 발송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뉴시스

9월 정기국회가 문을 열었지만 여야는 잇단 교사 자살사건과 관련한 교권 회복, 우주항공청 특별법과 재정준칙 도입,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등 민생법안 처리는 아랑곳없이 주도권 잡기 이념 공방전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3일 단식농성 나흘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본의 핵 오염수 투기는 모든 방사성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한 런던협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4일에는 민주당 주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촉구 국제공동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당 대표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8월 31일 이 대표는 "무능폭력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그는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쇄신 및 개각 단행 등을 요구했다.


한국 야당사에서 단식은 비폭력 투쟁의 상징이자 야당 지도자가 가진 최후의 카드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전두환 정권에 정치범 석방과 정치 복원 등 민주화 조건을 내걸고 23일간 죽음을 무릅쓴 단식투쟁을 벌여 신군부의 탄압으로부터 정치적 활로를 얻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0년 10월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와 정당 추천제, 내각제에 반대하며 13일간 단식농성을 벌여 결국 지방자치제를 쟁취했다.

그러나 이번 이 대표의 단식 돌입 시기와 목표 그리고 방법을 놓고 당 내부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 말이 많다. 야당 대표로서 정국을 돌파하고 전환하기 위한 결단이라기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대표가 행사 참석차 수시로 단식농성장을 비우고, 밤에는 경호상 이유를 내세워 국회에 머무는 것에 대해 '출퇴근 단식' '웰빙 단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그동안 수상한 단식을 여러 번 목격했다. 2016년 9월 단식에 돌입한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당대표실에 머무르다 '안방 단식 쇼'라는 놀림을 받았다.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도 2019년 11월 8일간 단식했으나 자신에 대한 리더십 부재 논란 해소용이라는 비아냥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방탄단식'이라는 안팎의 비판이 뼈아프다.
검찰 출석과 체포동의안 표결 시 지지자와 소속 의원들에게 단식으로 약해진 모습을 보여줘 출석을 어렵게 만들거나,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는 것이다. 검찰이 백현동 사건 조사를 위해 4일 이 대표의 출두를 요구하자 민주당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후쿠시마 국제공동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며 오전 2시간 '쪼개기 출두' 조건을 내세워 출석 자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이 대표는 피의자의 검찰 출석과 조사에 관한 일반적 사법절차에 당당하게 응하는 야당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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