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공부 더 했는데”…기초단체 공무원 직렬간 반목 ‘눈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4 11:25

수정 2023.09.04 17:18

[파이낸셜뉴스]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 강도로 최근 공무원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부산지역 일부 기초단체에서는 인사 적체 문제를 두고 행정직과 사회복지직 공무원 간의 반목까지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공무원 직렬에 따른 불평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일부 공무원의 경우 익명 게시판에 자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상대측에 대한 비방글을 올리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어 공무원 사회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상구청 전경
▲사상구청 전경
4일 부산시와 사상구 등에 따르면 최근 동장 및 팀장의 행정직 임명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사회복지직 승진은 입사가 늦은 행정직보다도 뒤쳐진다며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사상구지부 참여광장 게시판을 통해 제기됐다. 사상구 12개 동 중 사회복지직이 동장을 맡고 있는 곳은 한 곳 뿐이고 승진의 경우도 지난 2017년 7월에 입사한 사회복지직은 아직 8급인데 2019년 4월에 입사한 행정직은 벌써 7급을 달았다며 사회복지직이 더 이상 소수 직렬이 아닌 만큼 정원에 따른 공정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제제기에 대한 발전적인 토론은 커녕 상대 직렬을 비하하는 댓글이 달리면서 논쟁이 격화됐다.
익명에 기댄 한 노조원은 “복지직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쳐서 행정직 돼서 왔는데 복지직이랑 똑같이 올라가면 행정직 기분은 뭐가 되죠?”라며 비아냥대는 발언으로 다른 노조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엄연히 공무원 직렬 간에 서로 다른 자격조건을 요구하고 있는데 단순히 필기시험에서 조금 높은 커트라인을 통과했다고 다른 직렬을 무시한 꼴이다.

문제가 공론화되자 사상구 인사팀에서는 사회복지직 직원들의 고충을 직접 듣겠다며 간담회를 열었지만 “총액 인건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시답잖은 결론만 남겼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간담회 당시 “능력껏 행정직이나 세무직 자리를 뺏어가든지”라거나 “결국 승진은 관운이니 이해하라”는 발언까지 나왔다고.

사실 이런 현실은 사상구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부산시 16개 구·군 사회복지직 직급별 현황을 보면 △4급 0.21%(조례상 직급별 기준 1.01%) △5급 2.27%(6.48%) △6급 16.98%(25.26%) △7급 34.00%(30.24%) △8급 26.50%(29.13%) △9급 19.88%(7.76%)로 상위직급 비율은 낮은데 비해 하위직급 비율이 높은 형국이다. 자연스레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부서장 등 책임 있는 직급을 맡는 비중도 낮다.

실제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해 발표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실태조사 및 행정환경 변화에 따른 복지 전달체계 강화방안 연구’에 따르면 시군구 사회복지직의 평균 승진 소요연수는 행정직 대비 약 0.2~1.7년 더 소요되며 이는 직급이 높을수록 격차가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시군구 및 읍면동 복지부서의 과장 및 팀장을 사회복지직으로 배정한 경우도 0.1~21.1% 수준이었다는 결과도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복지 서비스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문성 있는 복지 행정을 위해서는 책임에 걸맞는 인력 배치가 필수적이다. 이에 매년 지자체도 사회복지 예산을 늘리고 있고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업무 범위도 넓어지고 있지만 공무원 사회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과거 공무원 하면 자연스레 행정직을 떠올렸던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행정직은 직급별 정원을 초과하고 그만큼 사회복지직은 설 자리가 좁은 형국이다.

그동안 잊혀질 만하면 공론화된 문제인 만큼 사상구와 비슷한 처지의 일부 다른 기초단체에서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무원들은 노조 역시 행정직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사회복지직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며 노조 탈퇴까지 언급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사상구지부장은 이와 관련해 사상구를 통해 "참여광장 게시판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반드시 노조원만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의견들이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곤란하다"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