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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전쟁' 젤렌스키, 국방장관 전격 경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4 18:12

수정 2023.09.04 19:22

서방에 신뢰 잃을라 전전긍긍
후임에 41세 야권인사 앉혀
최근 서방 국가들과 협상을 위해 부패 척결에 힘쓰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 가운데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을 경질했다. 개전 이후 서방에서 막대한 군사 지원을 이끌어냈던 그는 군부의 부패 의혹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결국 물러나게 됐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화상 연설에서 "국방부에 새로운 접근법과, 군대 및 사회 전체와 다른 형태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면서 "국방장관 교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레즈니코우는 2021년 11월 국방장관에 취임했으며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수도 키이우가 함락 직전인 상황에서도 도시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이후 서방 국가들을 방문하여 수십억달러의 군사 지원을 이끌어냈고 서방 인사들과 인맥을 쌓았다.


미 CNN은 우크라 정부가 전쟁 중에 갑자기 국방장관을 바꾼 이유를 부패 단속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레즈니코우는 부패 의혹에 연루되지 않았지만 국방부를 둘러싼 각종 부패 의혹이 증폭되면서 결국 국방부의 수장이 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우크라 국방부는 지난 1월 식량을 부풀려진 가격에 구매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수치를 인용해 우크라 국방부가 계약한 9억8600만달러(약 1조3032억원) 상당의 무기가 계약에 명시된 날짜까지 납품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크라 국방부는 이외에도 군량과 보급품 등을 불필요하게 비싼 값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크라는 1991년 소련 붕괴 및 독립 이후 지속적으로 정부 부패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패감시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우크라는 지난해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세계 180개국 가운데 116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우크라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은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에 추가 지원을 하거나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검토 과정에서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젤렌스키는 올해 전시 부패 범죄를 반역죄와 동급으로 처벌하겠다고 예고했다. 최근에는 정치적 후원자였던 재벌 기업가 이호르 콜로모이스키를 돈세탁 혐의로 체포했다.


우크라의 신임 국방장관은 국유재산기금 대표인 루스템 우메로프가 될 전망이다. 야권 인사인 그는 올해 41세로 전쟁포로·정치범 맞교환 협상과 점령지 민간인 대피 등에 관여했으며 러시아와의 흑해곡물협상을 논의하는 대표단에도 참여했다.


한편 일부 서방 언론들은 국방장관에서 물러난 레즈니코우가 영국 주재 우크라 대사로 지명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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