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명 채용하던 4년 전과는 딴판
조사연구에 빅데이터·AI 등 활용
외환 전산망 다루는 기존 부서에
CBDC·챗봇 등 신사업 수요까지
조사연구에 빅데이터·AI 등 활용
외환 전산망 다루는 기존 부서에
CBDC·챗봇 등 신사업 수요까지
우리나라 중앙은행 한국은행에서 내년도 신입직원 87명 중 20명을 IT부문 인재로 뽑는다. 전체 인원의 22.99%로 역대 최대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기업에서도 IT 담당자를 꾸준히 뽑거나 채용 인원을 늘리고 있다. 채용 공고가 곧 '미래 사업방향의 가늠자'라는 점에서 디지털 혁신이 중앙은행과 공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은행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한은버전 챗봇'을 개발하는 등 정책운영과 내부경영에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은 디지털 혁신 박차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년 신입직원 87명 중 20명은 컴퓨터공학 과목 시험을 보고 한은에 입사한다.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에서 경제·통계학이 아닌 컴퓨터공학 지식 및 역량을 보고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다. 채용공고 기준 2020년도 컴퓨터공학 부문 채용 인원은 4~5명, 2021년 6명, 2022년 8명으로 늘었다. IT부문이 전체 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급격하게 늘었다. 2023년 12.50%(72명 중 9명)에서 올해엔 22.99%로 1년새 10%p 이상 뛰었다.
한국은행이 자체 IT 인력 채용을 늘리는 건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2020년 한국은행은 중장기 발전 전략인 'BOK2030'을 발표하고 한은 정책운영 뿐 아니라 내부경영에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BOK2030 보고서는 "일부 중앙은행이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도입을 추진 중이며 민간부문에서도 핀테크, 지급결제 애플리케이션 등의 사용이 확산되고 있어 한국은행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조사연구, 금융시장 운영의 업무 효율과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라고 봤다.
실제 한은은 은행 예금을 토큰화한 후 CBDC를 통해 실시간 지급결제를 가능케 하는 '도매용 CBDC' 인프라 구축방안을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다. 담당국인 결제국의 수요가 늘어 IT부문 채용이 급증한 측면도 있다. 2020년 7월 신설된 디지털혁신실 수요도 적지 않다. 디지털혁신실에서는 데이터 대규모 집적 시스템인 데이터 호수(Data Lake), 학계·정부 연구자들이 한은 통계 및 데이터를 조사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실험실(Data Lab) 구축도 추진 중이다.
■한은 챗봇 개발… IT인력 확대
최근 챗GPT 열풍에 맞춰 한은 버전 챗봇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대규모 통계·데이터를 자신이 필요로 하는 조사연구에 맞춰서 활용할 수 있는 AI기술 기반 시스템이다. 가령 5년간 외환보유액, 단기외채비율을 찾아달라고 하면 챗봇이 대답을 해주는 식이다. 경제전망과 통계를 고도화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실시간 모니터링·분석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망 지급결제 시스템이나 금융회사 대상 대출, 외환시장 관리까지 활용방안은 다양하다.
한은 관계자는 "IT인력 채용이 역대 최대다. IT전략국, 디지털혁신실, 결제국 뿐 아니라 외환 전산망을 다루는 국제국과 외자운용원에서도 수요가 있다"라며 "CBDC 사업이나 신규 추진되는 사업들에서 IT 인력이 많이 필요한 만큼 이를 반영해 채용을 확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공사에서도 IT 인력 수요는 꾸준하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도 신입직원 채용 인원을 전년(90명)에서 130명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IT인력 채용도 12명에서 17명으로 늘렸다. 금감원의 전산망 관리, 스트레스테스트 및 금융시장 모니터링 담당 부서에는 공학 전공자 수가 상당하다. 예금보험공사 또한 매년 30여 명의 신입직원을 선발하는데 이중 IT 인력 4~6명씩 꾸준히 뽑고 있다.
다만 IT 직군은 상대적으로 이직이 잦아, 임금이 더 높은 민간 금융사로의 이탈 우려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IT 직군 특성상 전문성을 습득한 후 이탈하는 경우도 많아 중앙은행, 금융공사에서는 인력 유출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