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회장에 대한 기대를 말하기 전에 우선 지난 9년간 KB금융을 훌륭하게 이끌어 온 윤종규 회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윤 회장은 취임 후 회장과 은행장을 3년간 겸직하며 조직을 안정시켰으며,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KB금융을 반석에 올려놨다.
차기 회장은 윤 회장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켜야 한다.
금융의 삼성전자, 나아가 글로벌 뱅크로 도약해 K금융 수출의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게 우선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원대한 꿈도 일선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영업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성과로 이끌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더불어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탕평인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명심해 잘되는 사람, 못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윤 회장이 지금의 KB금융을 만든 첫 번째 원동력이 바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으로 나뉜 '패거리 문화'를 종식시킨 것이다. 윤 회장은 출신과 학연, 지연을 떠나 철저히 능력 중심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해도 깊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연초 '은행은 공공재'라며 금융권을 압박해 빛바랜 느낌은 있지만 이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은 시대적 소명이 됐다. 주주를 넘어 고객과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KB금융은 연초 사업보고서에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기본과 원칙에 기반한 지속 가능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활동 및 중소기업 및 서민금융 지원 확대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신임 회장도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보다 포용적으로 접근하면서 전 금융권에 모범사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금융의 근간은 신뢰와 안정성이다.
금융권의 리더 또한 신뢰와 안정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최근 KB금융에서도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윤리적 기준을 갖춘 후보가 절실한 때다. 윤리적 문제에 대한 철학이 단단하고 내재화되어 있는 수장이 필요하다. 겉으로만 그런지, 아니면 실제도 그런지는 조금만 같이 생활하면 금방 드러나며 동료·임직원들도 곧 동화된다.
이제 나흘 후면 윤종규 시대를 이을 KB금융의 새로운 수장이 발표된다. '현장' '탕평' '책임' '신뢰' 등의 키워드를 품에 안은 회장 후보자가 선택되는 행운이 KB금융그룹에 또다시 깃들길 기원해 본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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