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가구소득 4200만원'에 발목 잡힌 1인가구 청년 11만1000명 [청년도약계좌 소외된 '청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4 18:31

수정 2023.09.04 18:49

연소득 7500만원 이하 충족에도 가구소득 초과땐 계좌 개설 불가
금수저 선별 요건이 '장벽'으로
금융위 "의견수렴 후 개선 검토"
'가구소득 4200만원'에 발목 잡힌 1인가구 청년 11만1000명 [청년도약계좌 소외된 '청년']
'매월 70만원, 만기 5년 유지 시 최대 5000만원 목돈 마련'을 내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청년도약계좌 개설 과정에서 정작 1인가구 청년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소득 '연 7500만원 이하' 요건을 맞춰도 1인가구는 중위소득 180% 이하(연 4200만7932원 이하) 기준을 맞추지 못해서다. 가구소득 관문에서 계좌 계설에 실패한 20만5000명 중 1인가구가 11만1000명으로 과반을 차지한 것이다. 당초 '금수저'를 변별하기 위한 가구소득 요건이 1인가구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구소득 기준 못맞춘 청년 20.5만명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자 총 120만1000명 중 17만명이 개인소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개인 연소득이 7500만원을 초과한 경우가 9000명, 무소득자가 16만1000명이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19~34세 청년이 매월 70만원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납입하면 정부가 월 최대 2만4000원을 지원하고 만기 5년을 채운 경우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적용해 약 5000만원 목돈을 만들 수 있다. 총급여 7500만원 이하(종합소득 63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심사 시 개인소득을 1차, 가구소득을 2차 요건으로 본다.

문제는 1인가구에서 중위소득 180% 이하 요건을 맞추지 못해 거절당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개인소득 요건은 맞췄지만 가구소득을 맞추지 못한 신청자는 지난 6월 7만2000명, 7월엔 13만3000명으로 총 20만5000명이었다. 이 중 1인가구가 11만1000명으로 전체의 54.15%에 달했다. △2인가구 3만명 △3인가구 6만1000명 △4인가구 3000명 등 다른 가구 유형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실제로 연소득이 4300만원인 1인가구 청년은 가입할 수 없다. 개인소득 요건은 충족해도 1인가구 중위소득 180%를 초과해서다. 2022년 기준 1인가구 중위소득은 194만4812원이다. 중위소득 180% 이하 조건을 맞추려 월 350만661원(연 4200만7932원) 이하여야 한다. 2인가구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다. 2인가구 중위소득 180%는 월586만8153원(연7041만7836원)으로 연소득이 7500만원인 청년의 경우 1차 관문은 넘어도 가구소득이란 2차 관문에서 탈락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소득 7500만원 이하라고 해놓고 1인가구 중위소득 350만원을 왜 추가로 보는지 모르겠다" "청년도약계좌 가구소득 기준이 엄격하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금수저 변별' 가구소득 요건

당초 '금수저'를 변별하기 위한 가구소득 요건이 1인가구에는 독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같은 중위소득 180% 이하라고 해도 1인가구는 훨씬 '요건이 강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3~4인가구는 가구원 중 소득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 가구소득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인가구와 관련 제도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최초 공표된 기준을 바꿀시 혼란이 생길 수 있는 점도 정책당국이 고려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상품이 출시된 지 약 2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청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개선할 부분은 개선할 수 있다"며 "필요시 관계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구 중위소득 산정 문제까지 얽혀 있는 만큼 금융위 단독 결정으로 제도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청년도약계좌가 '자산 형성'이란 제 역할을 하려면 5년 만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출시한 만기 2년의 청년희망적금은 최초 가입시점 286만8000명이 계좌를 갖고 있었지만 올해 6월 말 기준 217만4000명으로 69만4000명이 중도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특별해지요건 조정, 다른 자산형성 사업과의 연계 등이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청년도약계좌는 가입자의 사망, 해외이주, 퇴직, 사업장의 폐장 등 특별해지요건을 만족하는 중도해지에 한해 정부기여금 및 비과세 헤택을 제공하고 있다. 박준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혼인과 출산도 특별해지요건에 포함시켜 청년이 축적된 자금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게 유인해야 한다"라고 했다.


자산형성에 그치지 않고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 위원은 "형성한 자산을 청약통장이나 연금저축에 납입할 시 추가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등 타 사업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년 자산형성 사업 정보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만큼 청년이 본인에게 적합한 사업을 찾을 수 있도록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