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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선 지재권 이야기] 창작자-자본가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5 18:28

수정 2023.09.06 09:13

'매절계약' 창작 의욕 꺾어
지속적 가치창출 하려면
양측 입장 계약서 담아야
[최효선 지재권 이야기] 창작자-자본가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특허, 상표, 저작권 등의 지식재산권(IP)이 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그리고 개인 크리에이터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아이돌 그룹의 전속계약 관련 소송에서도 계약의 무효를 다투는 과정에서 해당 그룹명을 누가 상표 등록하였는가 또한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저작권 분야에서는 '구름빵'과 '검정 고무신' 사건을 통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출판계약의 문제들로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창작자에게 실질적 보상이 돌아가지 못하는 계약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표준계약서의 필요성 또한 대두되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작가나 창작자는 왕족이나 귀족의 후원으로 창작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창작자와 자본가는 서로 선순환을 이루면서 인류의 문명과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창작이나 발명 그 자체는 자본을 구축할 수 없으며, 이를 사업화하기 위한 투자와 비즈니즈 활동을 통하여 사업적 성공을 이루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자본가이고 사업가이다.
에디슨처럼 발명가가 기업가로도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발명가들은 자신의 발명품을 스스로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그 결과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간 발명품도 많다.

창작물이나 발명품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화하기 위한 충분한 자본과 사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창작과 혁신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통해 투자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사업화 전략과 시스템이 서로 시너지를 이루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성공의 열매가 최초 창작자, 발명가에게 적정하게 배분되고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도 '매절계약', 즉 한 번의 계약으로 대가를 전부 지급하고 모든 권한을 투자자가 가져가는 방식의 계약이 많이 활용된다.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1'도 모든 IP를 글로벌 플랫폼 회사에 넘기는 방식으로 계약을 하였다. 그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후 최초 계약이 공정하였는가에 대하여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물론 매절계약 자체가 절대 악은 아니다. 계약 당시 그 계약의 대가가 충분히 지급되었다면 매절계약 또한 계약의 한 형태로 존중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매절계약은 창작자가 경제적 약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인 자본가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런 계약방식은 자본가 입장에서는 투자의 위험성을 분산시키고 사업 추진을 기민하게 하면서 투자 대비 최대 이익을 끌어내기 위한 좋은 계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방적인 승자독식 구조는 장기적으로 창작자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고, 창작 의욕을 꺾게 된다. 양질의 창작품을 발굴하여 투자를 통한 성공을 이루어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를 지속하기 위해서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성과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돼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장래 발생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한 조항을 넣기 위해 전문가의 법률적 조언을 받아 계약의 모든 내용을 서로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계약을 체결하는 문화가 아직도 정착되지 않았다.
양측 입장이 잘 정리된 계약을 통하여 오랜 기간 양 당사자가 서로 상생하면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발명이나 창작물이 사업 성공의 전부는 아니지만 언제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창작자와 자본가가 지속적인 가치창출을 위해 창작의 생태계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약력 △59세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서울대 인문대학원 석사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대한여성변리사회 회장 △광개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현) △한국상표디자인협회 수석부회장(현)

최효선 한국상표디자인협회 수석부회장· 광개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box5097@fnnews.com 김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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