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미국 나스닥거래소에 상장되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이 5일(이하 현지시간) 애플, 알파벳, 인텔, 삼성전자, 대만 TSMC, AMD, 미디어텍 등이 자사 지분투자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ARM은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기업공개(IPO) 신청서 개정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ARM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ARM 지분 최대 7억3500만달러어치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의향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반도체 업체, 또 반도체를 만들고 있거나 만들고자 하는 업체들 상당수가 ARM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ARM의 반도체 설계 기술이 그만큼 핵심적이라는 의미이다.
지분 참여 의사를 밝힌 업체 가운데 가장 생소한 미디어텍을 포함해 이들 업체는 ARM 반도체 설계를 기본으로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ARM 반도체 설계 바탕 위에 자동화 소프트웨어 프로세서를 만드는 업체인 캐던스디자인시스템, 시놉시스도 지분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ARM은 덧붙였다.
ARM은 이들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지분 참여를 포함해 지분 9.4%를 공모주로 발행해 최대 48억7000만달러(약 6조4960억원)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SEC에 보고했다.
이 경우 모기업인 일본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지분 90.6%를 포함해 ARM 기업가치는 최대 520억달러가 된다.
소프트뱅크가 이번 IPO 계획을 추진하면서 애초에 기대한 620억달러에 비하면 100억달러 적지만 소프트뱅크가 2016년 인수한 320억달러보다는 62.5%, 200억달러 높은 수준이다.
ARM은 당초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3년 전인 2020년 미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인수에 합의했다.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에 400억달러를 주고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규제당국이 경쟁저하를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결국 지난해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가 없던 일로 했고, 결국 재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엔비디아는 자체 그래픽반도체(GPU)와 함께 ARM 설계를 바탕으로 한 반도체도 설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비록 ARM 인수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엔비디아가 ARM과 헙력해 새로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서버 시장은 인텔이 장악한 곳이지만 엔비디아는 ARM과 손잡고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RM은 이번 상장으로 AI 반도체 설계 연구개발(R&D) 비용을 확보하고, 모기업 소프트뱅크는 ARM 지분을 담보로 기술업체 인수합병(M&A) 실탄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IPO 시장 최대 대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ARM 상장은 이전 기술 스타트업 상장과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1990년에 설립된 ARM은 이미 영국 런던과 뉴욕 증시에 상장된 상태였고, 2016년 소프트뱅크에 인수되면서 비상장사가 됐다가 다시 이번에 상장하는 업체다.
아울러 SEC에 제출한 공시에 따르면 대규모 흑자를 내는 곳으로 2·4분기 매출이 6억7500만달러, 순익은 1억500만달러를 기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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