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은 물론 로이터, BBC 등도 큰 관심을 보인 이유가 있다. 그동안 시험운영 중이던 로보택시의 운행시간, 요금부과, 규격제한 등 규제철폐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경찰과 소방당국,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공공사업위원회는 3대 1로 로보택시 운행에 청신호를 보냈다. 존 레이놀즈 위원장은 "로보택시의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은 부족하다"면서도 "이 새로운 기술이 도로에서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잠재력을 믿는다"고 밝혔다. 현재보다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산 모험을 택한 것이다. 구글의 웨이모, GM의 크루즈 등 관련 기업들은 "역사적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로써 아무 제한 없이 유료 로보택시 운행이 가능한 최초의 도시가 되었다. 로이터는 샌프란시스코가 로보택시 세상의 중심(center of robotaxi universe)으로 다가섰다고 평가한다. 자율주행차 산업의 중요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로보택시 관련 수익은 2025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는 광주의 정율성 기념공원, 광복절과 대한민국 건국, 홍범도 흉상 등을 놓고 진영싸움이 한창이다. 공통점은 모두 과거형이다. 중공군과 북한군을 위한 음악활동에 매진한 정율성이 광주의 미래에 무슨 기여를 할지 의문이다. 광주 전남 공무원들이 53회나 다녀온 '정율성 출장' 대신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올 것을 권하고 싶다. 광주가 진보의 성지라면 '진보의 상징'인 도시가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무슨 준비를 하는지 볼 필요가 있다. 진시황릉, 정율성 묘지 등 과거의 유물보다 로보택시가 미래 도시의 상징으로서 관광객 유치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새삼스러운 건국 논쟁도 불필요하다. 우리 헌법 전문대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면 충분하다.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미는 중요하지만 임시정부가 곧 현재의 대한민국은 아니다. 세계사에서 처음으로 건국에 이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우리 현대사에 대한 자부심이 더 중요하다. 홍범도 흉상과 공산주의자 논란 대신 허물만 부각되어 온 이승만, 박정희, 백선엽 등에 대한 재평가에 속도를 내는 게 생산적이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선 친일파, 토착왜구 전술은 불필요한 국력 소모전을 낳았다. 김원봉, 홍범도 등을 국군의 뿌리로 이식하기 위해 정치가 역사를 다시 쓰는 무리수를 범했다. 현재의 논쟁 역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좌로 우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퇴행이나 다름없다. 기적의 역사를 써온 대한민국이 과거와 이념에 발목 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흑묘든 백묘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가 놀라운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중국 특색 사회주의 운운하는 이념지향적 세계관 속에서 퇴행 중인 옆 나라가 보이지 않는가.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민족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는 '북조선'은 말할 것도 없다.
현대차그룹이 올 연말 세계 최초로 시속 80㎞까지 작동하는 '레벨3'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뉴스가 들린다. 레벨3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목적지를 향해 차가 달리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속 60㎞ 상한을 현대차그룹이 뚫은 것이라고 한다. 실현된다면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고 싶다. 정치가 이렇게 지리멸렬해도 기업들은 세계적 경쟁력을 보이는 게 기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역사 문제는 학자들에게 맡기고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창조를 위한 논쟁에 집중할 일이다.
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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