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폭행하는 남편 할퀸 게 죄냐?” 檢은 ‘폭행죄’→헌재는 ‘정당방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7 08:13

수정 2023.09.07 08:40

기소유예 처분 받은 아내 "부당하다" 헌소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부부싸움 도중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에게 저항한 아내를 검찰이 폭행죄로 기소유예한 가운데, 검찰의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헌법재판소가 아내의 행동을 ‘정당방위’로 본 것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아내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인천지검의 기소유예 처분을 지난달 31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

남편에게 저항하다 팔 할퀸 아내에 검찰 "폭행죄"

A씨는 2021년 1월 인천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남편과 다투던 중 남편의 팔을 할퀴어 다치게 했다.

A씨는 남편이 자신을 잡아끌거나 배를 차고 물건을 던지는 등 폭행해 이에 저항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남편에게 차여 넘어지다 책상에 부딪혀 전치 4주의 골절상을 입었다.

그러나 인천지검은 A씨에게 폭행 혐의가 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남편의 경우 상해죄를 적용해 기소유예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의미한다. 이 경우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으나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근거로 민사 책임을 질 수 있고 수사경력자료도 5∼10년간 보존된다.

헌법재판소 "최소한의 방어수단" 재판관 전원일치

검찰 처분에 부당함을 느낀 A씨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A씨의 헌법소원을 받아들였다.
검찰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해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여성인 A씨가 남성인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발로 차이고 잡혀 끌려가자 이에 저항하며 남편의 손을 떼어내려고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손톱으로 남편의 팔을 할퀸 것은 폭행을 회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었다“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에 “선제적이고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이를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인 유형력 행사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기소유예 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과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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