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분실 후 다른 사건 기록 복사한 혐의…공수처 재수사 후 기소
[파이낸셜뉴스] 수사 과정에서 고소장을 분실하고 이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7일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허위 사실을 기재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공문서 위조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윤씨가 검찰수사관 명의로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자동으로 생성된 양식에 맞춰 보고서 작성이 가능했다"며 "피고인은 별다른 인식 없이 관행대로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다만 '공소권 남용'이라는 윤씨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행 사건은 부산지검이, 이 사건은 공수처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기록을 송부받아 추가 수사 후 공소를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주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기소 여부 판단이 검찰청 검사와는 다를 수 있다"며 "공수처 검사는 피고인에 대해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도 줬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부산지검 재직 시절인 2015년 12월 민원인의 고소장이 분실되자 같은 고소인이 과거에 제출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하고 표지를 새로 만드는 식으로 기록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에 '고소인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취지의 허위 내용을 입력해 출력한 뒤 수사 기록에 편철한 혐의도 있다.
윤씨는 2016년 5월 사직했지만 징계를 받진 않았다. 이후 고소장 표지를 위조해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확정받았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가 표지 위조뿐만 아니라 수사 기록과 수사보고서를 위조한 것으로 보고 추가 기소한 것이다.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는 2021년 7월 '검찰총장 등이 징계 조치 없이 윤씨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사건을 무마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고, 공수처 수사로 연결됐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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