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법원 관련 기사를 보면, "대법원은...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법원으로 돌려보낸다"는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파기환송, 파기자판, 파기이송 등은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지만 재판제도를 잘 모르면 헷갈리는 법률용어들이다.
우리나라는 3심 제도를 운영한다. 한 사건에 대해 최대 3번의 심판을 받도록 해 최대한 신중하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모든 재판이 항상 3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1심 결론에 불만이 있으면 항소를 통해 2심이 열리고 2심 판단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상고를 통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는다. 민사째판일 경우 1심 판결이 원고와 피고에게 받아들여진다면 재판 절차는 마무리된다. 형사재판에서도 해당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모두 받아들인다면 상급심으로 가지 않고 마무리된다.
파기환송과 파기자판 등은 항소와 상고로 2·3심으로 올라갈 때 나오는 용어들이다. 파기환송의 파기는 문자 그대로 깨뜨린다는 의미다. 상급법원이 하급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결론을 뒤집는 경우 다시 심판하도록 하급심 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내는 것이 파기환송(破棄還送)이다. 사건이 파기되면 그 사건은 원심판결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상급심 법원이 하급심 법원 결론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직접 판결한다면 파기자판(破棄自判), 파기이송(破棄移送)은 상급심이 사건을 파기하고 하급심에 환송을 하지만 다른 법원이 사건을 심리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판단될 때 원심 법원이 아닌 다른 법원으로 이송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 법 체계에서 1심과 2심은 사실문제와 법률 문제를 모두 심판하는 사실심이다. 2심이 1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결을 뒤집는다면 파기자판, 반면 대법원은 법률적인 위법 만을 심판하는 법률심이라 2심 판결을 뒤집는다면 파기환송이 원칙이다. 대법원의 파기자판은 예외적인 경우라는 의미다.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하는 경우는 소송 기록과 1심과 2심 법원에서 조사한 증거로 판결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일례로, 경찰서에서 소란을 피우고 노상방뇨를 한 혐의로 벌금 9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진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깨고 벌금 70만원을 파기자판했다. 관공서 내 소란과 노상방뇨를 처벌하도록 한 경범죄처벌법은 각각 60만원 및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하도록 하는데, 법정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은 하급심이 법적 해석 오류나 절차 누락 등의 실수가 이유인 경우도 있지만 시대적 변화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등 다양한 이유로 판례가 변경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 5월에는 '제사 주재자'를 두고 아들에게 우선권을 주던 대법원 판례가 15년 만에 깨지며 파기환송됐다. 기존 판례는 유족 간 합의가 없다면 고인의 장남 혹은 장손자가 제사 주재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 변경에 따라 유족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장 가까운 직계비속 중 남녀·적서를 불문하고 최연장자가 '제사 주재자'를 맡도록 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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