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조규철 회장이 경기도 개성에서 인단과 비슷한 맛과 형태를 지닌 고려은단을 개발한 것은 광복 이듬해인 1946년이다. 감초, 박하, 계피, 정향 등의 성분을 섞어 제조했다. 고려은단은 6·25 때 부산으로 회사를 옮겼다가 서울로 올라왔다. 비슷한 제품을 팔던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겼지만 고려은단만 남았다. 은단은 주로 남성들이 구향(口香)제나 구취제거제로 애용했다. 남자들은 주머니에 하나쯤은 넣고 다녔다. 광고에는 "남자 나이 40이라도 젊은 여자에겐 잘 보이고 싶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경향신문 1992년 7월 5일자·사진). 금연보조제나 담배 냄새를 없애는 용도로 쓰기도 했고 중고생들이 은단을 갖고 다니면 흡연자로 의심을 받기도 했다. 남성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던 은단도 입냄새를 없애주는 제품들이 나오면서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창업주의 손자인 조영조 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은단 판매가 줄면서 사업의 방향도 바꾸었다. 기호와 유행의 변화에 대응을 잘한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개그맨 유재석을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비타민과 건강기능식품을 고려은단의 주력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비타민C가 많이 팔리고 밀크시슬,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 콜라겐 등도 판매한다. 그래도 장노년층 소비자의 은단에 대한 향수는 사그라들지 않고 여전하다. 현재도 꾸준히 고려은단을 찾는 이들이 있어 한 달 판매량이 20만케이스에 이른다고 한다. 고려은단은 대표적인 개신교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경부고속도로 등의 광고판이나 건물, 운송 차량에서 'JESUS LOVES YOU 고려은단'이라는 글씨를 발견할 수 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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