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강세 흐름에 다시 불이 붙었다.
CNN은 8일(이하 현지시간) 미 달러가 8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최장 상승세라고 보도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7월 중순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금까지 5% 급등했다.
기축통화 자리 굳건
달러는 연초만 해도 기축통화 위치가 약화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 혼조세를 보였지만 이후 상승 흐름을 굳혔다.
지난달 중국의 주도로 브릭스 5개국 모임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11개국 모임으로 확대되면서 한 차례 주춤했지만 강세를 곧바로 회복하면서 강한 내성을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이던 브릭스가 사우디·이란·아랍에미리트연합(UAE)·아르헨티나·이집트·에티오피아 등 6개국을 추가하면서 이들이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 결제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애버딘의 투자책임자 제임스 애시는 미 달러 위상 약화 주장은 계속해서 과장된 것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와 탄탄한 경제가 배경
미 달러지수는 강세가 지속되면서 현재 반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주된 배경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와 이같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경제흐름이다.
금리가 높으면 금리수익을 노리고 통화 수요가 높아진다.
여기에 더해 미 경제가 유럽 등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달러 수요는 더 강화되고 있다.
반면 중국과 유럽 경제에는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애시는 "미 경제가 계속해서 경이로운 강세 흐름을 지속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과 유럽은 하강하면서 침체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 수준에 육박하고 있고, 고용은 지난달까지 32개월 연속 증가세다. 미 경제의 3분의2를 지탱하는 소비원동력인 임금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임금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연초만 해도 올해 경기침체를 우려하던 이코노미스트들은 속속 연착륙 시나리오로 갈아타고 있고, 미 경제가 인플레이션 둔화 속에 완만한 성장을 지속하는 '골디락스' 흐름으로 들어섰다는 낙관으로 돌아서고 있다.ING 글로벌거시리서치 책임자인 카스텐 버제스키는 미 경제가 계속해서 예상 외의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 경제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더 탄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 경제부진, 역내 주요 통화가치 하강 압박
이같은 경제 온도차는 외환시장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유로화는 7월 중순 이후 달러에 대해 4.4% 가치가 하락해 유로당 1.07달러로 미끄러졌다.
중국 위안은 같은 기간 2.6% 하락하며 달러에 대해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리서치의 주요10개국(G10)외환전략 책임자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는 미국이 연착륙으로 방향을 튼 것과 대조적으로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은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위안 하락은 유로 약세보다 더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고, 여기에 부동산 위기와 수출둔화까지 겹친 가운데 위안이 하락하면서 주변국 통화는 물론이고 유로 가치까지 더 떨어뜨리고 있다.
BofA글로벌리서치의 선임 외환전략가 알렉스 코언은 "중국 경제 둔화는 위안 가치만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역내 주요 통화들과 유로를 포함한 주요 교역파트너 통화에도 하강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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