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흉상·태화루 스카이워크 등 각종 랜드마크 사업 추진 잇따라
사전소통 없어 번번이 소모 논쟁
지역사회 갈등 최소화 대책 시급
사전소통 없어 번번이 소모 논쟁
지역사회 갈등 최소화 대책 시급
■랜드마크 사업마다 논란…피곤한 울산시민들
지난 6일 울산 태화시장과 우정시장 상인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시가 추진 중인 태화루 스카이워크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는 앞서 태화루의 역사성과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며 스카이워크 사업 철회를 요구한 울산시민연대 기자회견의 맞불 성격이었다.
울산에서 랜드마크와 관광 콘텐츠 관련 사업을 둘러싼 이 같은 시민 간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울주군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의 경우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들과 환경단체가 지역 상인들과 지자체를 상대로 20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울산시가 기업인의 거대 흉상을 건립해 랜드마크와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려다 반대 여론이 커지자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 달 들어 또 다시 랜드마크를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울산시가 천주교 3대 성지인 울주군 언양 살티 공소에 전시관을 조성하고 이곳에 세계 최대 성경책을 제작해 전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시는 이와 함께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됐다가 사라진 태화사를 복원해 관광명소화하고, 울산 번영사거리에는 공중정원 설치도 추진키로 했다.
울산시의회 추경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 같은 소식이 외부로 전해지자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중이다.
일부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들은 울산시가 사전 종교계의 의견 청취도 없었고, 성스러운 성경이 자칫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불교계 일각에서도 거대 성경 제작의 반대급부로 태화사 복원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기업인 흉상 논란에 휘말려 곤혹스러웠던 울산시의회도 논란을 우려, 성경책 제작에 대해 시민 의견 수렴과 신중한 추진을 당부했다.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실패, 사전 공감대 필요
유독 랜드마크에 대해 논란이 잦은 이유를 두고 일각에서는 울산시가 사업 성공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시민들에게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기도 한다.
건설비 5300억원을 들여 지난 2015년 개통한 울산대교는 울산의 첫 랜드마크 사업이었지만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다.
사업 추진 초기 부산 광안대교와 비교하며 울산의 대표 랜드마크로서 막대한 관광 수요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개통 후 실상은 달랐다. 오히려 울산대교 운영사가 기부체납한 고작 높이 50m의 염포산 전망대가 특급 뷰포인트로 각광을 받으며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역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전망대에서는 대형 화물선이 오가는 울산항과 거대한 국가산단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특히 석유화학공단 야경과 바다 위에 떠 있는 선박들의 불빛이 환상적이다 보니 외지 관광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라며 "많은 예산을 들여 건설한 울산대교가 기대치에 못 미치다 보니 랜드마크 추진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의견이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갈등으로 인한 랜드마크 사업의 무산은 결국은 울산시 전체의 손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리 시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최대한 소모성 논쟁을 피하고 시민들에게 피로감 대신 기대감을 심어 줄 수 있는 방안이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지역 문화계 한 관계자는 "최근 건립이 확정된 울산지역 산재사망자 위령탑은 하나의 좋은 예다"라며 "산재 사건에 민감한 기업과 노동단체가 울산시의 제안에 사전 동의함으로써 갈등과 논란 없이 건립을 확정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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