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칼부림 공포에 갇힌 시민들… 곳곳서 흉기 오인 소동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0 19:12

수정 2023.09.10 19:12

지하철 내 비명에 놀란 승객들
한꺼번에 대피하다 다치기도
시민 불안감 해소 대책 필요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유사 강력범죄가 발생한 가운데 오인 신고까지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이 지하철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공포를 느끼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성추행 발생하자 "흉기 난동"

10일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칼부림 범죄 오인 신고가 연이어 나왔다. 지난 4일에는 서울 신촌의 한 건물 앞에서 "남성이 칼을 소지하고 앉아있다"는 112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50대 남성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요리를 위한 주방칼을 사온거고 포장을 벗겨서 확인만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앉아 있는데 그 옆에 칼을 놔둔 것이고, 영수증도 확인했다"며 "일단 조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지하철에서도 유사한 소동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을지로4가역으로 향하던 열차 안에서 나온 비명을 듣고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줄 오인한 승객들이 한꺼번에 대피하다가 4명이 다쳤다.


지난 5일에는 서울지하철 9호선 당산역 승강장에서 20대 남성이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을 추행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다른 승객들은 흉기 난동이 벌어진 줄 오인해 대피했다. 당시 피해자가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주변 시민들이 범인을 뒤쫓자 누군가 이를 촬영해 공유했다. 이후 카카오톡 등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당산역에서 흉기난동이 일어났다'는 글이 함께 돌았다.

■"불안감 해소할 체계적 대책 필요"

시민들은 이러한 상황에 경계심을 놓지 못한 채 '일상의 비일상화'를 겪고 있다. 지난 5일 당산역 인근에 있었다는 직장인 이모씨(28)은 "당시 흉기난동이 난 줄 알고 역에서 멀리 도망쳤다"며 "덕분에 퇴근도 늦어지고, 호신용 스프레이라도 구매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송모씨(55)도 "출·퇴근 길에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것 만으로 공포"라며 "지나가는 사람들 손을 계속 쳐다보게 된다"고 했다.

이같은 불안감은 흉기난동을 예고글들이 서울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 8월 4일부터 9월 7일까지 서울교통공사에 접수된 범죄 예고글 신고만 서울지하철 35개 역에 45회"라고 설명�다. 이 중 흉기 난동 예고가 31개 역에 41회였고, 폭발물 설치가 됐다는 신고는 3개 역에 3회였다. 또 가스 테러 협박도 있었다. 경찰은 지난 7월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살인예고 글 게시자 총 246명을 검거하고 이 중 24명을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공포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흉기난동 사건 이후 여러 문제가 파생되는 것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정책들이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안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오인 신고가 잇따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정부와 수사당국이 말로만 대처하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범죄 패턴에 대한 공식 분석과 함께 구체적 대응 방안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시민들의 공포감이 누그러질 수 있다 "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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