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가족모임도 함께하며 4년 동거
지난 7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오래전 이혼한 뒤 30년 가까이 혼자 살아왔다는 남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그러던 중 A씨는 우연히 혼자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 B씨를 알게됐다고 한다. A씨는 자신 역시 예전에 호프집을 한 경험이 있고, B씨와 나이, 관심사 등이 비슷해 금방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당시 일을 쉬고 있었기 때문에 B씨의 호프집에서 거의 직원처럼 일을 도와줬고, 결혼을 약속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집에서 살게 됐다”며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B씨의 아들 결혼식에도 참석했고 명절마다 가족 모임도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A씨는 B씨의 둘째 아들이 군에서 제대한 뒤 둘째 아들까지 셋이서 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자신과 B씨를 부부로 아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혼인신고 하자고 했더니.. 접근금지 명령
그러나 문제는 ‘혼인신고’였다. A씨는 “B씨에게 혼인신고를 하자고 했지만 B씨가 이를 차일피일 미뤘다”며 “결국 혼인신고 문제로 다투다 홧김에 집을 나왔는데 B씨가 집 비밀번호를 모두 바꾸더니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호프집에 찾아왔더니 경찰을 불러 법원에서 접근금지 명령까지 내려졌다”고 호소했다.
A씨는 “B씨를 아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호프집에서 밤 늦게까지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건강상태도 많이 안 좋아졌는데 B씨가 이렇게 대할 줄 몰랐다”며 “4년이라는 세월이 너무나도 억울하다. 사실혼 부당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느냐”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다.
"사실혼 관계도 법적 보호 받을 수 있나요?"
해당 사연을 접한 최영비 변호사는 “사실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법률혼처럼 혼인관계의 실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률에 준해서 보호를 받는다”며 “예컨대 부부 중 일방의 유책 사유에 의해서 사실혼이 파탄됐다면 위자료, 즉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가 있고, 부부 공동재산이 있다면 재산분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변호사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실혼 자체가 인정이 되어야 되는데 A씨의 경우에는 사실혼인지를 좀 더 따져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법적보호 받지만, 사실혼이었는지는 판단해야
사실혼이 성립했는지 판단하기 위한 기준에 대해 최 변호사는 “법원은 △결혼식을 했는지, △‘부부’라는 호칭을 사용했는지, △가족들이 사실혼 관계를 알고 있었는지, △각자의 가족 모임에 참석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실혼이 성립했는지를 판단한다”며 “단순히 몇 년간 동거를 했다는 것만으로는 사실혼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래서 법률에 준해서 보호도 받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A씨의 경우 오랜 기간 동거하면서 주변에서 부부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고 했고 또 가족 모임에도 참석했고 상대방의 아들과도 함께 살았다고 했다”며 “다만 A씨와 B씨가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각자의 가족들이 상대방을 배우자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도 추가로 좀 더 따져봐야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상대방과 ‘여보’라는 호칭을 쓴 카톡이 있다거나 상대방 가족과 사실혼을 전제로 한 카톡, 서로 가족 모임에 참석했었을 때 사진, 주변 사람들의 진술서 등 증거 확보가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며 “같이 사셨다고 하는데 한 집에 전입신고가 돼 있다면, 그래서 한집에 거주한 사실에 대한 증명이 된다면 그 부분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봤다.
한편 A씨가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최 변호사는 “A씨가 사실상 B씨가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직원처럼 일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상당히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혼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그 기여도를 인정받아서 재산분할 청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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