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영화 매트릭스나 공각기동대를 보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이 나온다. 지금처럼 모니터와 키보드 등의 별도의 송수신장치 없이 뇌를 직접 인터넷에 연결하고 원격으로 사이보그를 조종하는 등의 행위가 가능하다. 사이버펑크 영화 속 이야기이지만 이와 비슷한 기술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바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인 'BCI(Brain-Computer Interface)'이다.
뉴럴링크·싱크론 등 연구 선두..의료·교육·엔터 활용 기대
BCI 관련 기술은 197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연구를 알린 것은 테슬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2016년에 1억 달러(약 1186억원)를 투자해 설립한 '뉴럴링크'이다. 뉴럴링크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AI)을 연결해 디지털 초지능(digital super intelligence)을 구현하는 것이다.
뉴럴링크는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인간을 대상으로 한 뇌 칩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뉴럴링크가 개발한 칩은 원숭이 실험을 거쳤다. 칩은 뇌에서 생성된 신호를 해석하고 블루투스를 통해 외부 장치에 정보를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올해 상반기에 벤처 캐피털 펀드를 통해 미국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싱크론’에 투자했다. 2012년 설립된 이 기업은 2021년 마비 환자에 영구적으로 이식 가능한 BCI의 임상시험을 FDA로부터 허가받았다. 싱크론의 BCI 시스템은 이미 루게릭병 환자에 이식돼 시험 중이다.
몸을 움직일 수 없던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지원자는 싱크론의 BCI 이식을 통해 눈의 움직임과 생각만으로 메시징 앱을 사용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BCI는 의료용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교육이나 엔터테인먼트까지의 활용도 기대된다. BCI는 학습자의 주의력이나 흥미도, 난이도, 기억력 등을 측정하고 적절한 학습 자료나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 또 BCI는 학습자가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더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뇌에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다. 가상 현실이나 게임과 같은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다.
기술적·윤리적 문제 등 해결과제도 산적
다만 BCI는 기술적·윤리적 문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뇌에 이식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된다. 생체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손상시킬 가능성이 낮아야 하고 인간의 뇌에 장시간 이식돼 있어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따라서 뇌에서 안전한 전극 코팅, 저전력 국소 신호 처리 등 많은 칩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또 현재는 약의 신호를 감지해 분석할 수는 있지만 복잡한 내용의 신호에는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뇌신호를 정확히 읽고 해석해내는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윤리적으로도 CI는 사용자의 뇌파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사생활이나 의도, 감정, 기억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수집되거나 공개되거나 남용될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적이나 윤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BCI는 장애인이나 질병 환자에게 유용한 기술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비용이나 기술적인 장벽으로 인해 일부 사람들에게만 제공될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인 불평등이나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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