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자신감에는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읽는 감각이 묻어 있다. 최근 정세는 1992년 소련 붕괴 이후 가장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 진원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35년 미국을 넘어서는 경제대국이 되고, 2050년에는 모든 부문에서 미국을 넘어서겠다"고 세계 패권 선언을 했다. 2020년 제5중전회 때의 일이다. 아시아 주변국에 패권 야욕을 수시로 드러내며 미국을 자극하던 중국은 마침내 '냉전(Cold War)'을 다시 불러냈다. 이른바 '신냉전'이다. 미국이 자유진영 담장을 다시 두르기 시작하자,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북한과 러시아 어깨를 둘렀다. 지난 수년간 중국 눈치만 보며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던 우리나라는 이제 완전히 자유진영 한가운데 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바이든, 기시다와 함께 한미일 협의체까지 출범시켰다.
수시로 변하는 국제정세에서 진짜 적과 가짜 동맹을 구분하지 못하면 국가의 생존이 위협받는다. 21세기판 손자병법으로 불리는 '전쟁의 기술'을 쓴 로버트 그린은 첫 장에서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이 누구인지부터 명확하게 구분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라의 생존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더듬이'는 너무도 중요하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하던 2020년, 홍콩에 있던 글로벌 기업 본부가 대거 탈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행선지는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였다. 문 대통령이 미국보다 중국을 우선시하자 글로벌 시장은 한국을 자유서방진영의 일원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이 지난 수년간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서방진영을 중심으로 블록화에 나설 때 동참하지 않은 대가는 이렇게 컸다.
새 정부가 들어선 2022년 5월, 바이든은 대통령 취임 11일 만에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을 덥석 안았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일본과 거의 끊어졌던 외교관계를 복원시키며, 한발짝도 내딛지 못하던 한미일 블록에서 순식간에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중국과 등지고 일본과 가까워지면서 국가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며 1년 넘게 거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두 진영으로 갈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더듬이가 가장 예민한 사람이 누군지는 국민들이 더 잘 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생활경제부장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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