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고리 시스터즈·김시스터즈 등
1930~1970년대 여섯 걸그룹 다룬
뮤지컬 '시스터즈' 대학로서 초연
1930~1970년대 여섯 걸그룹 다룬
뮤지컬 '시스터즈' 대학로서 초연
■한국 원조 걸그룹 역사를 쇼뮤지컬로 '시스터즈'
"1959년 1월 29일 8개월의 전속계약을 맺은 김시스터즈는 미국에 진출한 아시아 최초 걸그룹이 됐다. 2009년 미국에 진출한 원더걸스보다 무려 50년을 앞선 시점이었다." 김시스터즈는 요즘으로 치면 K팝 3세대 걸그룹 블랙핑크 못지않은 위세도 떨쳤다. 지난 2018년에 나온 최규성의 저서 '걸그룹의 조상들'에 따르면 "미국 진출 10년 만에 18인조 개인 오케스트라를 거느렸고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호텔 나이트클럽을 소유하며 연간 고액 납세자 6위"에 올랐다.
'시스터즈'는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을 비롯해 조선악극단 여성 단원으로 구성된 '저고리 시스터즈'를 시작으로 시대를 대표하는 여섯 걸그룹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이난영의 두 딸과 조카로 팀을 꾸렸던 한류의 원조 '김시스터즈', 1960년대 뛰어난 하모니로 CF계도 평정한 '이시스터즈', 미니스커트와 함께 대중음악의 전설이 된 윤복희의 '코리안 키튼즈', 197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를 휩쓴 쌍둥이 자매 '바니걸스'와 걸출한 예인 인순이를 배출한 '희자매'가 어떻게 탄생·성장했고 어떤 족적을 남겼는지 그때 그 시절의 춤과 노래로 펼쳐 보인다. 특히 일제강점기·한국전쟁·베트남전쟁 등 당시 시대상과 함께 전개되는 그들의 탄생 비화는 놀라움과 감동을 자아낸다.
쇼뮤지컬의 대명사인 '시카고'처럼 무대 중앙에 10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를 하고, 부모세대의 기억 속에 강렬히 남아있는 히트곡이 유연·신의정·김려원·선민·하유진·이예은 등 1인 다역을 소화한 11인 배우의 뛰어난 춤과 노래로 구현된다.
이 작품은 박칼린 연출과 전수양 작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2002년 박칼린 작업실로 무작정 뮤지컬 극작을 배우러 간 전 작가는 어려서부터 올드팝 팬이었다. 그는 "박칼린 감독과 얘기를 나누다가 우리나라 걸그룹을 한데 모아 쇼로 풀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돌이켰다. "경성시대부터 편집·애드립·오토튠 등 후시작업이 없었던, 다시 말해 디지털 음악이 나오기 전까지로 시대를 정했는데, 당시 걸그룹이야말로 어마어마한 재능과 에너지, 끼와 근성을 지닌 진정한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아날로그 음악 시대 여성 엔터테이너의 위대하고도 숭고한 삶을 말하고 싶었다. 그들이 무대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그 무대에서 모든 걸 다 보여주기 위해 가난과 전쟁, 사회적 억압, 개인적인 고통 속에서도 얼마나 끊임없이 노력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지난 8일 '바니걸스'의 고재숙과 '코리안 키튼즈'의 윤복희, '이시스터즈'의 김명자(김희선)가 커튼콜에 등장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지난 2016년 영혼의 단짝인 언니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바니걸스의 고재숙은 이날 커튼콜에서 "감동적"이라며 "즐겁고 그리운 그 시절의 좋은 시간을 보여줘서 정말 감사하다. 멋진 시간이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윤복희 또한 "1965년도 (코리안 키튼즈 공연) 필름이 나오고, 친구들과 함께했던 그 시절을 보니 행복했다"고 감격해 했다. 11월 12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100만 관객 돌파 '레베카'...발코니 장면 명불허전
지난 2013년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레베카'는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은 영국 귀족 '막심 드 윈터'가 우연히 '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시작된다. 1막이 다소 과장되고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2막에서는 죽은 레베카를 추종하며 '나'를 경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댄버스 부인의 압도적 존재감과 함께 레베카의 실체가 드러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특히 '레베카' 한국 프로덕션을 대표하는 '회전 발코니' 장면은 명불허전. 전 시즌 참여한 '댄버스' 역의 신영숙은 지난 7일 공연에서도 관객들의 기를 다 빨아들이며 폭발적인 성량으로 '레베카 액트2'를 열창했다.
"나의 레베카/어서 돌아와/여기 맨덜리로…" 레베카는 이미 죽은 자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주요 인물들의 삶을 지배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어릴 적 부모를 잃은 나에게 레베카는 '넘을 수 없는 벽'과 같다. 나는 '힐끔 대지 좀 마 제발/절대 귀부인은 못돼'라는 경멸과 조롱을 극복하고 자신을 지켜야 한다. 윈터 백작과 댄버스 부인에게 레베카는 화려한 독버섯 같은 존재다. 세상은 무릇 화려함을 추종하다 정작 소중한 것을 잃기 마련인데, 레베카의 이중성은 윈터뿐 아니라 댄버스 부인의 삶도 뒤흔든다. 이토록 레베카의 이름을 외치는 이유는 그러니까, 나를 잃지 말고 삶의 본질을 놓치지 말라는 경고와 같다.
참고로 '레베카'에서 나는 댄버스 부인보다 출연 분량이 훨씬 더 많다. 세 주인공을 각각 4명의 배우가 연기했으니, 특히 나와 윈터 백작의 캐스팅이 각자의 취향과 잘맞는지 확인해보자. 11월 19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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