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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속 '잠자는 돈' 또 늘었는데..."깨워서 채권으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2 16:46

수정 2023.09.12 16:46

2분기 요구불예금 회전율 16.7회
전 분기 대비 다시 하락세로 반전
예·적금 늘고 투자자예탁금 주는데
전문가 "장·단기 채권 투자가 강세"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잠시 되살아나는 듯 했던 투자 수요가 최근 들어 다시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역 머니무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특히 언제든 쉽게 넣고 뺄 수 있어 '대기성 자금'이라고 불리는 요구불예금의 경우 빠져나가지도, 순환하지도 않는 상황에 처했다. 아직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공격적으로 돌아서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장·단기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돈을 굴리는 보다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 들어오고 안 나가는' 요구불예금


요구불예금 회전율
(회)
2022년 1분기 2022년 2분기 2022년 3분기 2022년 4분기 2023년 1분기 2023년 2분기
15.7 14.4 14.3 17.1 17.6 16.7
(한국은행)

투자자예탁금
2023년 4월 2023년 5월 2023년 6월 2023년 7월 2023년 8월 2023년 9월 12일
5조3142억원 5조1955억원 5조1844억원 5조5986억원 5조1578억원 5조1061억원
(금융투자협회)

5대 시중은행 요구불예금 잔액
2023년 3월 2023년 4월 2023년 5월 2023년 6월 2023년 7월 2023년 8월
619조2650억원 608조9654억원 602조8237억원 623조8731억원 581조6415억원 580조2329억원
(각 사)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6.7회로 나타났다. 분기별 최저치 수준이던 지난해 3·4분기(14.3회)와 비교하면 높아졌지만 이후 지난해 3·4분기 17.1회, 올 1·4분기 17.6회까지 조금씩 높아지던 추이가 3분기만에 다시 내림세로 반전한 것이다.


예금 회전율은 기간별 예금 지급액을 예금 평잔으로 나눠 산출한다. 즉,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낮을수록 돈이 은행에서 인출되는 빈도가 줄었다는 뜻이다. 요구불예금은 은행 상품 중에서도 금리가 가장 낮은 수시입출금 상품으로, 소비가 늘거나 다른 투자처의 매력도가 높아지면 예금주는 이 돈을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높아진 것도 이런 특성이 반영됐다. 각 사 계수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해 8월 659조6808억원에서 지난 2월 609조1534억원까지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빠져나간 자금은 주식과 채권 시장에 쌓였다.

하지만 최근 추이는 이와 사뭇 다르다. 요구불예금 잔액이 줄어드는 가운데 회전율도 감소했다. 저원가성 통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은행권 예·적금 상품에 다시 묶였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3월 619조2650억원에서 지난달 말 580조2329억원까지 줄었다.

이 가운데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지난 3월 805조3384억원에서 8월 844조9671억원으로, 정기적금 잔액이 지난 3월 37조908억원에서 8월 42조2814억원으로 각각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4월 말 5조3142억원에서 이날 5조1061억원까지도 대체로 감소하고 있다.

연말까지 안전자산 수요↑..."채권 투자가 대안"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이처럼 대기성 자금을 은행에 방치하거나, 혹은 조금 더 높은 금리를 위해 정기 예·적금으로 움직이는 정도의 투자 행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금리 정점론이 확대됐고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돼 투자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희수 신한은행 신한PWM여의도센터 PB팀장은 "금리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대기자금들이 하반기까지 정기예금으로 몰리고 있다"며 "1년 만기 상품과 3~6개월 만기 상품의 금리가 0.3%p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있어 연말까지 안전자산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원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현재 환율이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등 시장의 변동성이 커서 매수 시점을 잡기가 힘들다"며 "경제 지표와 실제 시장의 차이가 굉장히 큰데, 이런 부분이 정상화돼야 투자와 관련해 의사결정하기가 편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잠자는 돈'을 조금씩 깨워 장·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이 유리하다고도 조언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한남동금융센터 PB팀장은 "투자 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후에 환율·금리 등 주요 변수를 확인하면서 투자하는 편이 유리한데 지금은 채권 투자가 강세"라며 "단기채의 경우 제일 안전한 6등급은 연수익률이 4%대 중반이며 입출금이 자유로워 여유 단기자금을 넣어두기 좋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과도하게 저평가된 자산인 장기국채의 경우 지난 2020년도에 발행한 국고채권 30년짜리가 현재 33~4% 할인된 상태"라며 "지금 만기까지 보유하면 연4.4%의 수익률 얻고 앞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자본차익이 커질 수 있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학수 하나은행 잠원역지점 PB팀장도 "다이렉트 펀드는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요구불예금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많이 넘어가고 있다"며 "만기가 정해진 채권이 인기가 많고 9개월, 1년짜리의 경우 비과세 효과까지 고려하면 연 5~6% 수익률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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