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강제규 감독이 '1947 보스톤'에서 마라토너 손기정을 연기한 하정우의 배우로서의 천부적인 재능을 극찬했다.
강제규 감독은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관련 인터뷰에서 "손기정 역할을 가장 먼저 캐스팅했다"며 "다큐멘터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진짜 많이 닮았다, 손기정 기념 재단에서 좋아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말투나 걸음걸이나 눈빛이나 체격의 조건이나 이런 게 매우 비슷하다"며 "그래서 (하)정우가 하면 딱이겠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헤어스타일, 의상 이런 것까지 디테일이 들어가면서 점점 손기정화가 돼가는 게 보이더라"고 당시를 돌이켰다.
또 강제규 감독은 손기정 캐릭터가 다소 까칠하면서 강하게 표현됐을까 우려한 지점도 있었다며 "하지만 남승룡(배성우 분)과 서윤복(임시완 분)이 상쇄하고 세 사람이 조화를 이루니까 이게 잘못된 게 아니구나, 하정우가 연기한 톤이 맞았구나 하고 촬영하면서 느꼈다"고 고백했다.
강제규 감독은 하정우에 대해 "계산을 철저하게 하는 배우"라며 "베를린 올림픽 시상대에서 화분으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렸던 아픔의 시간을 가졌다면 보스턴 광장에서 태극기가 올라갈 때 눈물이 날 것 같지 않나, 그런데 하정우는 안 울더라, '그래도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왜 안 울지?' 당황스러웠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는 "하지만 '하정우 이 배우가 정말 똑똑한 배우구나' 했다"며 자기가 갖고 있는 역할에 대해 집요할 정도로 끈질기게 쥐고 가더라, 그걸 표현해내는 감정 표현 방식이 다른 거다, 나중에 더 큰 화면에서 보면서 '아, 참 타고난 배우구나' 했다"고 감탄했다.
강제규 감독은 평소 '걷기'를 좋아하는 하정우의 면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번은 하정우를 만났는데 땀을 흘리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걸어왔다더라"며 "그래서 '차를 안 타고 왔어?'라며 놀라서 물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왔다갔다 하는데 모자도 안 쓰고 그렇게 걸어다니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머리도 식힐 겸 하와이 가있을 때도 문자가 온다"며 "많이 걸을 때 하루 27㎞를 걷는다더라, 정말 대단하다 했다"고 감탄했다. 또 그는 "'이 친구가 왜 그렇게 걸을까' 궁금했다"며 "그런데 걷는 순간 만큼은 자기와의 일체감이 온다고 하더라, 잡생각이나 이런 게 걸으면서 없어진다더라, 그렇게 걷다 보면 아무 것도 없는 자아만 걸어간다더라, 거기서 본인 스스로 짜릿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영화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로 흥행에 성공했던 강제규 감독이 '장수상회' 이후 8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오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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