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130g의 로봇 손이 100㎏을 들어 올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3 12:00

수정 2023.09.13 12:00

KIST-KAIST 공동연구진, 소프트 로봇손 개발
플라스틱 띠를 직조 구조로 단순하게 제작
얇고 작은 물건은 물론 여러 개도 한번에 가능
KIST-KAIST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소프트 로봇손이 생수 6개를 들어올리고 있다. KIST 제공
KIST-KAIST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소프트 로봇손이 생수 6개를 들어올리고 있다. K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130g에 불과한 플라스틱 띠 형태의 로봇손이 100㎏가 넘는 무거운 물건들을 들어올렸다. 얇은 카드는 물론 매우 작은 너트도 쥘 수 있으며, 여러개의 골프공을 한번에 집어들었다.

이 로봇 손은 계란처럼 깨지기 쉬운 물체를 다루는 가사용 로봇이나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운반해야 하는 물류용 로봇에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특수 소재가 아니며, 단순한 구조로 이뤄져 있어 성능과 경제성, 제조공정까지 모든 면에서 효율성이 높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단 송가혜 박사팀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이대영 교수팀과 함께 직조 구조의 소프트 로봇손(그리퍼)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송가혜 박사는 "이 직조 구조의 그리퍼는 소프트 로봇의 강점이 있으면서도 강성 그리퍼 수준으로 무거운 물체를 움켜쥘 수 있다"며 "소프트 그리퍼를 필요로 하는 산업, 물류, 가사 등의 분야에서 활용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소프트 그리퍼의 적재 용량을 높이기 위해 직물을 만드는 구조에 주목했다. 직조 기술은 낱개의 실을 단단히 얽어 견고한 직물을 만든다. 무거운 물건을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어 수 세기에 걸쳐 의류, 가방 및 산업용 직물 등에 활용되고 있다.

KIST-KAIST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소프트 로봇손이 100㎏의 아령을 들어올리고 있다. KIST 제공
KIST-KAIST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소프트 로봇손이 100㎏의 아령을 들어올리고 있다. KIST 제공
연구진은 이 직조구조를 활용해 얇은 PET플라스틱 띠들을 얽히고 풀어질 수 있도록 설계해 그리퍼를 만들었다. 테스트 결과, 130g인 그리퍼가 100㎏의 물체를 집어 들었다. 같은 무게의 기존 그리퍼는 최대 20㎏ 이내가 한계였다. 연구진은 "동일한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었던 그리퍼는 무게가 100㎏에 달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자체 무게 대비 적재 용량을 월등히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그리퍼는 동전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들어 옮길 수 있게 제작이 가능하다. 얇은 카드나 꽃을 집어 들 수 있어 소프트 그리퍼를 필요로 하는 산업, 물류, 가사 등의 분야에서 활용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이 그리퍼는 재료 단가가 수천 원에 불과한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다양한 모양과 무게의 물체도 집어 들 수 있는 범용 그리퍼로 활용 가능해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띠를 체결하는 방식만으로 만들기 때문에 제작공정도 간단하고, 교체 및 유지보수도 쉬워 공정 효율성이 뛰어나다.


한편, 연구진은 개발한 로봇손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으며, 분야별 최고의 50개 논문을 소개하는 '편집자의 하이라이트(Editors' Highlights)'에 선정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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