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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89만9000원.'
골프 타수가 이 속도로 줄었다면 '골프 신동' 소리를 들었을 수준이다.
지난 7월 말 130만원에 육박하던 에코프로가 80만원대로 떨어졌다.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 관련주는 악재가 겹치면서 연이어 하락하고 있다.
"백약이 무효"...50일 만에 28% 하락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3.33% 하락한 89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상승 전환하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키우며 결국 90만원선이 깨졌다. 지난 7월 4일 88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던 에코프로는 두 달여 만에 80만원대로 추락한 셈이다.
에코프로만 떨어진 건 아니다. KRX 2차전지 K-뉴딜지수에 포함된 10개 종목 중 보합을 기록한 삼성SDI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이달 들어 거듭 하락세를 보인다. 9월 9거래일 중 7거래일 동안 하락 마감했다. 지난 7월 25일 8523.18이던 지수는 이날 6119.63에 장을 마쳤다. 7월 25일은 에코프로가 129만3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날이다. 2차전지 지수는 50여일 만에 28.20% 하락했다.
최근까지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2차전지주는 리튬 가격 상승 소식에 본격적으로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업종 주가에 반영됐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과거 대비 축소돼야 할 것"이라며 "최근 주가 하락세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말했다.
현재는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지난 12일 테슬라의 주가가 10% 넘게 상승했음에도 국내 2차전지주의 약세가 지속되기도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에 연동되는 경향이 짙었던 국내 2차전지주들의 경우, 최근 연이은 주가 조정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만큼 이들 업종은 테슬라발 호재와 추가 주가 조정 우려가 맞물리면서 수급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리튬價·하락ETF·겸직 아저씨'...줄악재 이겨낼까
향후 전망도 좋진 않다. 2차전지와 관련된 악재가 꾸준하게 터지기 때문이다.
우선 리튬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악재로 꼽힌다.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탄산리튬 t당 가격은 2만7000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리튬 매입 때보다 가격이 하락하면 배터리 업체 수익성이 악화한다.
국내 처음으로 2차전지 업종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후 이틀 연속 상승 마감하기도 했다.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 ETF는 전일 대비 2.09% 오른 2만1510원에 마감했다. 이 펀드의 상승에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큰 역할을 했다. 개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135억원을 순매수하며 2거래일 동안 385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220억원)를 압도한다. 2차전지 종목에 높은 충성도를 보였던 개미들이 2차전지에 등을 돌린 것이다.
여기에 2차전지주 투자 열풍을 이끈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배터리 투심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초 박 전 이사는 한 투자자문사의 본부장과 금양 홍보이사 업무를 겸직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법 제45조 제2항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임직원 겸직을 제한하고 있다.
박 전 이사는 입장문을 통해 "서정덕TV를 통해 '에코프로 30배, 에코프로비엠 10배 간다'고 방송한 것은 2022년 6월 16일이고, 고객 계좌에서 매수한 일자는 2022년 6월 27일이다"라며 "유튜브에서 먼저 주식을 추천하고 이후에 매수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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