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임금체계 개편 선행돼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4일 발표한 '정년 60세 법제화 10년, 노동시장의 과제' 보고서를 보면 정년 60세가 법제화된 2013년 이후 최근까지 5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 및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늘어난 고령 취업자 중 상당수가 임시·일용직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로, 일자리의 질은 낮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2013년 대비 지난해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8%p, 고용률은 4.3%p 증가해 같은 기간 전체(15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 증가폭(2.2%p)과 고용률 증가폭(2.3%p)보다 2배 가량 높았다. 다만 고령 취업자 중 상용직 비중은 35.1%로 15~54세 핵심근로연령층의 상용직 비중(65.6%)보다 낮고, 고령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27.7%)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중(31.7%)이 높았다.
또 정년 60세 법제화 후 오히려 조기퇴직자는 더 늘었다. 2013년 정년퇴직자는 28만5000명에서 지난해 41만7000명으로 46.3% 증가했는데,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 경영상 해고를 이유로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한 조기퇴직자는 같은 기간 32만3000명에서 56만9000명으로 76.2% 급증했다. 특히 정년 60세 의무화는 고용 여력이 있고 고용 안정성과 근로조건이 양호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 부문에 정년연장 혜택을 집중시켜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고령층과 청년층 간 세대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경총은 최근 불거진 정년연장 논의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현대차·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직전인 64세까지 연장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현대차 노사는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를 내년 상반기로 미루기로 하고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현재 정부 안팎에선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정년연장을 포함한 계속고용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현재의 호봉제 등 임금계약에 기반해 64세까지 정년을 연장하자는 분위기다. 반면 경영계는 60세 퇴직 후 재고용 등의 형태로 재계약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올해는 정년연장 이슈가 현장의 파업 뇌관이 되고 있다"며 "10년 전 정년 60세 법제화의 상흔이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 정년을 지금보다 더 연장하는 것은 아직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더 큰 좌절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지 않는 정년 관련 논의는 기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크다"며 "이제는 시대적 소명을 다한 산업화 시대의 연공급 임금체계를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도 최근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발족하고 정책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는 연내 정부의 '계속고용 로드맵' 발표에 따라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