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테마주 장세가 이어지면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2차전지와 초전도체를 잇는 테마주로 로봇주가 급부상하면서 관련 종목의 신용융자 잔고가 급증하는 모양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잔액은 20조4162억원(12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6조5186억원)보다 23.59% 늘어난 규모다.
금융당국의 경고에 잠시 주춤했던 빚투는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지난달 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단기간에 과도한 투자자 쏠림, 레버리지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야기할 수 있다. 경쟁이 심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줄 것”이라고 당부한 바 있다.
당국이 나서면서 신용융자잔액 규모는 지난달 24일 20조197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9월에 들어서면서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지난 8일 20조4911억원까지 치솟았다. 연중 최고치인 20조5573억(8월 17일)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테마주 위주로 빚투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로봇주가 대표적이다. 로봇주 중 하나인 에스피지의 신용융자 잔고는 178만5205주로 지난달 말 대비 26.0% 증가했다. 에스피지는 국내 최초 로봇용 정밀감속기를 양산하는 곳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에 감속기를 납품 중이다.
또 다른 로봇주인 로보스타의 신용융자 잔고는 61만5679주로 지난달 말보다 21.5% 늘어났다. 같은 기간 뉴로메카(52만670주)와 로보티즈(62만6887주)도 각각 21.5%, 17.9% 증가했다.
두산그룹의 로봇 계열사인 두산로보틱스의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로 두산에 기대감이 쏠리면서 신용융자 잔고도 늘어나고 있다. 두산의 신용융자 잔고는 39만5152주로 지난달 말 대비 무려 32.4% 급증했다.
테마주에 대한 빚투 규모가 커지면서 시장의 우려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주가 변동성이 큰 테마주 특성상 급락하는 경우에 반대매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주가 하락으로 신용거래 계좌 평가금액이 일정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주식을 강제로 팔아 빚을 회수하는 반대매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
증권가에서는 테마주 장세가 길어지는 현 상황에서 빚투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열풍에 이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등 크고 작은 테마의 연속이 나타나고 있다"며 "끊임없이 테마가 양산 되고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테마가 실제 수혜보다 너무 앞서갔고, 어떤 테마가 좀 더 가까운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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