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내 도시화 지역 이동
인구 비율 18.8%로 증가
국민 삶터로 거듭날 전기
인구 비율 18.8%로 증가
국민 삶터로 거듭날 전기
사실 농촌마을의 인구위기는 뿌리가 훨씬 깊다. 젊은이가 도시로 떠나고 출산율도 떨어져 거주자 수가 급격히 줄고, 이제 '지역소멸'까지 염려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농업 생산성과 농가소득의 오랜 정체를 주요 이유로 지목한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한국 경제는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려왔지만, 농업부문 성장은 유리천장에 부딪힌 것처럼 정체되어 왔다. 평균 농가소득은 2005년 3050만원에서 2020년 4500만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고, 이 중 농업소득은 1100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농업인의 인구구조는 이미 초고령화되었다. 농가인구는 1995년 485만명에서 2020년 231만명으로 줄었고, 2020년에 65세 이상 비중은 42.3%인데 20대와 30대를 합쳐도 10.2%에 불과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농업인 육성과 농촌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을 집중해왔지만 추세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32년 농가인구가 총인구의 3.8%인 194만명, 65세 이상은 52%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총계나 평균치만 가지고 겉모양만 언뜻 바라보면 농촌과 농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 그러나 분석하는 통계치의 종류와 폭을 넓히고 장단기 효과까지 살피면 실상이 다르게 보이고, 앞으로 어떻게 노력하는 것이 좋을지 유용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농촌마을 인구감소 문제는 농업 경영의 어려움도 일부 원인을 제공하지만 본질상 도시화 진전 현상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면 단위에서 인근 읍이나 시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전통마을 인구가 줄어드는 것인데, 이는 농촌소멸이라기보다 주민의 생활기반이 농촌 내 도시화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한국의 2005년 농촌인구 비율은 18.2%인데 최근 3년 평균은 18.8%로 오히려 상승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도 19% 선이라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출산율을 높이려는 것보다 정주여건을 쾌적하게 만들면 인구유입에 더 유리할 것이다. 마침 내년 3월부터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데 농촌이 국민 모두를 위한 삶터와 쉼터로 거듭날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농업인구 감소는 방향보다 속도가 문제의 본질이다. 서구 선진국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3% 미만인데 한국은 아직 6%를 넘고, 2022년 일본의 농가인구는 총인구의 2.4%인 데 비해 우리는 4.3%에 이른다. 우리 경제가 선진화될수록 농업인구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다만 한국 농업은 구조조정 속도가 너무 빨라 부작용이 도드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장기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해야 한다. 전업농의 경영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첨단 농기계나 스마트팜과 같은 자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보기술을 포함한 전문 서비스 활용도 증가할 것이다. 이런 때에 교육과 기술투자를 병행해 생산성을 높이면 농업도 미래성장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고령농업인의 품위 있는 은퇴를 지원하고 신규 농업인에게 원만하게 경영을 이양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농촌과 농업인구 감소 추세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비관만 할 일은 아니다. 인구위기에 창의적으로 대응해 아름다운 농촌 가꾸기와 농가경제 발전을 위한 도약대로 활용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현출 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
■약력 △54세 △서울대 경제학 학사 △행정고시 39회 △주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농림축산식품부 국제협력국장, 농업정책국장, 식품산업정책관 △OECD사무국 농업정책분석관 △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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