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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아래 돌담마을 나의 2박3일을 맡긴다 [Weekend 레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5 04:00

수정 2023.09.15 17:53

체류형 생활관광 '속초오실'
마이크 쥔 통장님이 여행객 마중
마을 이야기 투어로 일정 스타트
부녀회에선 웰컴드링크로 환영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마을 안으로 높고 낮은 돌담들이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과 단정하게 꾸민 옛 가옥들의 풍경이 이어진다. 사진=장인서 기자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마을 안으로 높고 낮은 돌담들이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과 단정하게 꾸민 옛 가옥들의 풍경이 이어진다. 사진=장인서 기자

【속초(강원)=장인서 기자】 국내 대표 휴양지로 오래된 명성을 간직한 강원도 속초는 설악산 자락을 따라 동해를 향해 뻗어있는 인구 8만의 해안 도시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기 전인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여름 휴가철마다 속초와 인근 양양을 떠올릴 정도로 산과 바다 등 천혜의 자원과 풍부한 해산물로 만들어낸 색다른 먹거리로 수많은 인파를 불러 모았다. 세월 앞에 모든 것이 변하듯 속초 앞바다의 풍경도 지금은 사뭇 달라졌다. 방송 뉴스에 소개될 정도의 북적임은 사라지고 고요하기까지 한 그곳에는 또 다른 문화,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1년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닌 딱 3일간 누리는 일상, 소박한 농가의 잔잔한 풍경에 녹아들어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생활관광 프로그램 '속초오실' 여행에서다.


■돌담마을에서 누리는 소박한 여행

속초에 도착해 가장 먼저 들른 상도문돌담마을은 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마을이다. 마을 뒤로는 설악산이 자리하고 앞에는 쌍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마을 안으로 높고 낮은 돌담들이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과 단정하게 꾸민 옛 가옥들의 풍경이 이어진다. 집성촌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 집집마다 대문이 없다.

마을 중심에는 문화공간 '돌담&지구인카페'가 있다. 여행자들의 안내센터이자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2박3일 체류형 생활관광 여행상품인 '속초오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속초오실'이라는 이름에는 속초에 오시라는 뜻이 담겨 있다.

문화공간 ‘돌담’ 전경. 여행자들의 안내센터이자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속초시 제공
문화공간 ‘돌담’ 전경. 여행자들의 안내센터이자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속초시 제공
'속초오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민박집 전경. 햇살은 따스하고 마당은 정갈하다.사진=장인서 기자
'속초오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민박집 전경. 햇살은 따스하고 마당은 정갈하다.사진=장인서 기자

수건과 칫솔, 마을지도, 일기장, 마을상점 할인쿠폰 등으로 구성된 어매니티는 손잡이 끈이 달린 에코주머니에 담겨 정감을 자아낸다. 돌담에서는 웰컴드링크를 비롯해 돌담마을 부녀회에서 만든 조식을 즐길 수 있다. 숙소는 마을 내 민박집 총 5곳에 10개실이 마련돼 있다. 2020년 방영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지로 유명해진 설악한옥민박집도 포함돼 있다.

속초오실 여행객이 도착하면 통장이 직접 마이크를 쥐고 마을 이야기 투어를 이끈다. 오윤환 선생이 제자와 1934년 지었다는 학무정을 비롯해 마을에 얽힌 역사와 인물, 재미난 일화, 민박집과 곳곳에 놓인 스톤아트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다. 마을 길 전체가 하나의 돌담갤러리, 통장님은 도슨트인 셈이다.

상도문돌담마을 이야기 투어 해설자로 나선 김종극 통장이 돌담에 새겨진 '구곡가'에 대한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인서 기자
상도문돌담마을 이야기 투어 해설자로 나선 김종극 통장이 돌담에 새겨진 '구곡가'에 대한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인서 기자
새의 모습이 새겨진 스톤아트. 돌담마을 골목 어귀마다 다양한 동물의 형상이 담긴 스톤아트가 숨겨져 있다. 사진=장인서 기자
새의 모습이 새겨진 스톤아트. 돌담마을 골목 어귀마다 다양한 동물의 형상이 담긴 스톤아트가 숨겨져 있다. 사진=장인서 기자
조선시대 율곡학파였던 매곡 오윤환 선생(1872~1946)의 생가 전경. 사진=장인서 기자
조선시대 율곡학파였던 매곡 오윤환 선생(1872~1946)의 생가 전경. 사진=장인서 기자
오윤환 선생이 제자와 1934년 지었다는 학무정. 속초시 제공
오윤환 선생이 제자와 1934년 지었다는 학무정. 속초시 제공

고양이와 강아지, 참새, 개구리 등이 새겨진 스톤아트를 찾는 재미에 동네를 한 바퀴 돌고나면 다시 돌담 카페에 도착하고, 카페 맞은편에 자리한 셀프 흑백사진관 육모정상점에 들른다. 마을의 오래된 상점을 개조한 곳으로, 레트로 감성을 선호하는 MZ세대 여행객 사이에선 이미 핫플로 자리 잡았다. 돌담길 따라 한옥 카페도 여럿 있어 설악산 뷰를 감상하며 차 한 잔 즐기기에도 좋다.

2박3일 일정표에는 마을 이야기투어 외에 짚풀공예 체험, 돌담떡 만들기, 막걸리 만들기 체험 등이 필수 코스로 들어있다. 선택 코스로는 스톤 마스코트를 찾아보는 마을 미션투어와 설악산 트레킹, 천연염색 체험, 매곡일기 쓰기, 몽트비어 수제맥주 주조과정 체험, 속초관광수산시장 방문 등이 포함돼 있다. 프로그램은 오는 11월 말까지 운영한다.

속초 8경 중 제2경에 꼽힐 만큼 당당하고 웅장한 기세를 자랑하는 범바위. 사진=장인서 기자
속초 8경 중 제2경에 꼽힐 만큼 당당하고 웅장한 기세를 자랑하는 범바위. 사진=장인서 기자

■자연의 신비, 영랑호와 범바위

영랑호는 총 둘레 8㎞에 1.21㎢(약 36만평)에 달하는 자연석호다. 신라의 화랑 '영랑'이 벗들과 금강산으로 수행을 다녀오다 우연히 들러 호수의 아름다움에 반해 오래 머물렀다는 삼국유사 설화가 전해진다. 영랑호 한편에는 범의 형상으로 웅크리고 앉아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범바위를 비롯해 등대전망대, 해돋이 정자, 카누경기장, 생태습지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중 범바위는 속초 8경 중 2경에 꼽힐 만큼 당당하고 웅장한 기세를 자랑한다. 호랑이의 형상처럼 생겼다고 해 범바위로 불린다. 커다란 형체의 일부분은 호수에 잠겨 있다.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바위가 모여 군락을 이룬 데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 거대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범바위 위로 오르면 동해와 설악산, 울산바위와 영랑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호수 둘레길은 봄철 벚꽃과 여름 수목, 가을 갈대, 겨울 눈 내린 풍경 등 사계절 내내 자연의 아름다움이 빼어나 도보나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도,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다. 푸른 호수 너머로는 설악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아늑한 맛도 있다.

범바위 주변으로 보이는 영랑호의 풍경. 호수 둘레길은 사계절 자연 경관이 뛰어나 산책이나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좋다. 사진=장인서 기자
범바위 주변으로 보이는 영랑호의 풍경. 호수 둘레길은 사계절 자연 경관이 뛰어나 산책이나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좋다. 사진=장인서 기자

■속초하면, 아바이마을

속초오실 여행 기간 들르기 좋은 관광지로 아바이마을을 빼놓을 수 없다. 청호동 아바이마을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피난 내려온 함경도 실향민들이 집단으로 정착한 마을이다. 골목 곳곳에 실향민의 애환을 그린 벽화가 있어 벽화마을로 유명하며 한류 열풍을 일으킨 KBS 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이기도 하다. 한때는 아시아권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마을 남쪽으로는 속초해수욕장, 북쪽으로는 갯배와 크루즈터미널, 서쪽으로는 청초호와 속초수협어판장이 자리잡고 있다. 붉은대게, 생선찜 등 바다음식점과 냉면,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식해와 젓갈 등 함경도식 실향민 음식점들을 만날 수 있다. 쇠줄을 당겨야만 움직이는 갯배 체험은 속초에서의 삶과 문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인기 코스다. 신수로 남쪽에 위치한 아바이마을의 문화전시공간 '아트플랫폼 갯배'에서는 아바이마을의 역사를 더 다채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실향민의 애환을 그린 벽화를 속초 아바이마을 골목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장인서 기자
실향민의 애환을 그린 벽화를 속초 아바이마을 골목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장인서 기자

이외에 속초 여행 베스트 장소로 속초 제1경인 속초등대전망대와 398㎢ 면적의 자연생태계 보고인 설악산 국립공원, 부드러운 모래질과 푸른 바다의 조화가 아름다운 속초해수욕장, 청초호수공원이 조성돼 있는 청초호 등을 꼽을 수 있다.
오는 10월 6~8일에는 속초 대표 문화관광 축제인 설악문화제가 속초시 엑스포 잔디공원과 설악로데오 거리 일원에서 열려 가을 단풍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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