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들었던 고리타분한 멘트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를 매일 외치고 싶은 23개월 워킹맘입니다. 그대신 소소하면서 트렌디한 '요즘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 지에 대해 기록하고자 합니다.
"인스타나 유튜브에서 다채롭게 이유식을 만드는 엄마들 보니 이유식을 사먹이는 게 살짝 죄책감 같은게 들긴 하네요. 워킹맘 아니라도 시판이유식 많이 이용하셨을까요?" (맘카페 A회원)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들었던 고리타분한 멘트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를 매일 외치고 싶은 23개월 워킹맘입니다. 그대신 소소하면서 트렌디한 '요즘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 지에 대해 기록하고자 합니다.
생후 6개월이 되면 부모들은 '이유식'이라는 큰 과제를 만나게 된다. 모유나 분유만 먹었던 아기들이 처음으로 음식물을 접하게 되는 이 순간을 앞두고 부모들은 설렘도 있지만 걱정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시판 이유식 왜 선택했나
평소 요리를 하지 않았던 경우는 과연 이유식을 해먹일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 출산 후 매일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데 이유식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니 우울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일단은 이유식을 어떻게 만드는 지 전혀 정보가 없었기에 관련 책을 한권 샀다. 십 여분 책을 훑어본 후 나는 그냥 이유식을 사 먹이겠다고 결심했다.
먼저 이유식용 조리기구를 따로 구매하는 과정부터 매우 귀찮았고, 평소 칼질에 서툰 나에게 있어 초기 이유식에 맞는 크기에 맞춰 재료들을 준비하는 과정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생길 짜증은 남편 몫이 될 것만 같았다. 결국 이유식 만드느라 쏟는 시간에 아이를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봐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곧 복직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이유식을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도 주된 이유였다.
주변을 봐도 시판이유식이 대세처럼 보였다. 조리원 동기 4명 중 3명은 시판 이유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역시 "나만 그런게 아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실제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이 발간한 '2022 식품 등의 생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용 이유식 판매액은 1257억원으로 전년보다 5.06%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출산으로 아기들이 줄어들고 있어도 다양한 이유들로 이유식 시장은 쑥쑥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고르는 것도 일, 소고기 더 보충해야
이유식을 사 먹이기로 결정한 뒤, 이왕 사 먹이는 것 꼼꼼하게 골라 제대로 만든 이유식을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이유식을 구매하는 데 있어서 고려할 사항은 의외로 많다. 가격이나 성분은 물론, 배송방법, 포장방법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그러나 가장 필수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아무래도 영양성분이다.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아기의 성장세가 빨라지고 필요한 영양이 증가한다. 철분이 부족해지는 것도 이쯤이다. 모체에 받은 미네랄이 거의 소모되기 때문이다. 보통은 시판이유식에서 제공하는 소고기 함량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소고기를 별도로 첨가해 먹이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소고기뿐만 아니라 다른 야채 등도 추가해서 시판이유식에서 모자라 보이는 부분만 보충하기도 한다.
내 아이의 입맛이 까다롭지 않으면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은 몇 개의 브랜드를 테스트해본 후 가장 잘 먹는 것을 선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 따른 비용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일부는 이유식을 직접 해먹이다가 아이가 잘 먹지 않아 시판이유식으로 전환하거나, 반대로 시판이유식은 모두 거부해 직접 해먹일 수밖에 없는 경우 등 아기의 입맛과 특성에 따라 부모의 선택이 불가항력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시판 이유식이 후회되는 순간
다양한 이유로 이유식을 사 먹인 부모들의 마음이 가장 철렁 할 때는 내가 먹인 이유식에 문제가 생겼을 때다.
최근 식약처는 원재료 함량을 실제 배합 함량과 다르게 표시해 판매한 이유식 제조업체를 적발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엘빈즈' 브랜드로 내담에프앤비 자사몰과 쿠팡, 11번가 등 주요 인터넷 쇼핑몰 27곳에서 약 1729톤(100~180g 1000만개 분량), 248억원 상당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브랜드의 한우 15.7%, 비타민채 8.7%라고 적힌 '비타민채한우아기밥'은 실제 배합비율이 한우 5.6%, 비타민채 6.8%에 불과했다. '아보카도새우진밥'은 아보카도 9.5%, 새우(새우살) 10.8%로 표시하곤 실제로는 절반 수준(아보카도 5.8%, 새우살 5.8%)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식은 기본적으로 아기들이 먹는 음식인만큼 더 신경써서 만들었을 것이란 부모들은 믿음이 크다.
그러나 이 신뢰를 깨버렸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해당 제품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로 업계에서는 유명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분노가 더 하다. 이에 맘카페 등에서는 "첫째뿐만 아니라 둘째까지 먹였는데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는 반응부터 환불이 가능한 지 등을 물으며 격앙된 분위기다.
문제는 이유식의 품질문제는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이다. 물론 절대적으로 그 업체의 잘못이다. 그러나 결국 부모들은 "내가 해 먹이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는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유식을 사 먹이면서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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