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쌀 380만t을 생산하고 411만t을 소비해 자급률은 87%를 기록했다. 관세화 협상에 따른 의무매입으로 자급률이 10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980년대 이후 생산기반 정비, 기계화 등에 힘을 기울여 실질적으로 완전자급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 덕분에 기후위기,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망 위기로 밀 가격은 최대 2배, 쌀 가격은 2배 뛰었을 때 국내 쌀 가격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사실이지만 아프리카는 전체 54개국 중 40개국, 1000만㏊에서 쌀을 재배하는 주요 생산지이자 소비지다. 그러나 열악한 생산기반과 재배기술, 농기자재 부족으로 생산성은 우리나라의 5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매년 1500만t, 60억달러의 쌀을 수입하고 있으며 그중 80% 이상이 인도산이다.
그런데 지난 7월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국내 물가 상승을 이유로 쌀 수출제한을 발표했다. 인도는 2022년 140개국에 세계 쌀 교역량의 40%인 2200만t을 수출했으며, 42개국에서 수입하는 쌀의 절반 이상이 인도산이어서 이번 수출제한이 아프리카 등의 식량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 우려된다. 설상가상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4년 만의 엘니뇨로 인해 아프리카 국민 8억7000만명이 식량불안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어려움에 직면한 아프리카를 위해 우리나라는 가나, 기니, 세네갈 등 현지 정부와 손잡고 통일형 다수확 벼 종자를 생산·보급해 식량자급 기반을 마련하는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해까지 7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이 사업은 지난 7월에 열린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 회의를 계기로 기니비사우, 나이지리아 등 주변국에서도 참여를 신청할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
올해는 기술보급, 기반정비 등을 지원해 종자 2000t 생산을 목표로 두 번째 모내기를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종자 생산단지 구축, 농기자재 지원, 농가 교육, 보급망 구축을 위해 237억원을 편성해 이곳에서 삶을 일구는 농가에 희망의 볍씨를 보급할 계획이다. 향후 현대식 생산단지가 완성되는 2027년부터는 986㏊에서 연간 벼 종자 1만t을 생산, 3000만명에게 필요한 쌀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2010년 14억3000만달러를 시작으로 원조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 2022년에는 전체 회원국 중 16위에 해당하는 27억9000만달러를 지원했다.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식량위기 국가, 어려움에 처한 난민 등을 위해 올해의 두 배인 10만t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세계식량계획(WFP) 신디 매케인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은 한 세대 만에 선진국이 돼 전 세계에 큰 도움을 주는 든든한 공여국"이라고 화답한 바 있다.
과거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꽃피워낸 우리나라가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인류의 공동번영을 위해 아프리카 등의 식량난 해소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라이스벨트는 아프리카에는 희망을, 우리나라에는 자긍심을 심어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강형석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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