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여인에게 애인의 아버지가 불쑥 찾아와 이런 말을 한다. 여인은 '너무 사랑하기'에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막장 드라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장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한 장면이다. 그렇다면 '라 트라비아타'는 뻔한 오페라일까?
'라 트라비아타'가 자주 공연되다 보니 때론 단순하게 해석된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고급 매춘부 비올레타와 젊은 귀족 알프레도의 사랑으로 쉽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올레타는 순수함을 되찾으려는 인물로 행복의 정점에서 마음 한켠이 허해지는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인물이다.
국립오페라단은 베르디의 의도를 살려 '라 트라비아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21~24일 국립극장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연습실에서 성악가들이 '라 트라비아타'를 연습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실화, 원작소설, 오페라 속 비올레타와 현실의 소프라노를 하나로 잇고자 이런 시작을 계획했다.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에는 피아노 한 대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피아노는 비올레타의 실존인물인 마리 뒤플레시가 프란츠 리스트에게 선물받았던 일화에서 영감받아 '예술가'로 인정받은 순간을 통해 비올레타를 순수한 여성이자, 예술가이며 우리 자신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무대로 만들고자 함이다.
'라 트라비아타'에는 생략되는 음악도 많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반복적으로 생략됐던 비올레타의 아리아 '이상해!'의 2절을 원작 그대로 연주할 예정이다. 또 죽어가는 비올레타가 노래를 부르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주하지 않았던 엔딩도 악보 그대로 부른다. 행복의 절정에 있는 순간과 삶의 끝자락의 슬픔까지 베르디의 의도를 그래도 따르는 것이다.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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