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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아닌 아들이었다"..'아름다운 이별'에 삼성 행사장 눈물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9 17:03

수정 2023.09.19 17:03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뒤뜰의 추모비. 김준석 기자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뒤뜰의 추모비. 김준석 기자
[용인(경기)=김준석 기자] "퍼피워커 신청을 까맣게 잊을 때 찾아온 케미야. 덕분에 까칠했던 사춘기 큰아들은 부드러워졌고, 조용했던 둘째는 활발해졌어. 케미는 우리집 막내 아들이었고, 아들 셋 중에서 가장 착하고 똑똑했어. 이별이 아닌 잘 키운 아들 독립해서 제 몫을 멋지게 해낸다고 생각할게."
19일 삼성의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과 함께 진행된 '안내견 분양식'에서 퍼피워커 강희정씨는 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소감을 전했다. 이날 개최된 안내견 분양식에는 케미를 비롯한 안내견 8두가 퍼피워커를 떠나 앞으로 함께 걸으며 살아갈 시각장애인 파트너 8명과 새 출발을 했다.

퍼피워커는 생후 8주부터 1년까지 '안내견 꿈나무'들을 돌봐주는 자원봉사자다.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되며 안내견 꿈나무들의 사회화를 돕는다. 퍼피워킹 과정을 거친 안내견은 안내견학교의 깐깐한 시험을 통과해야 비로소 시각장애인 파트너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실제 퍼피워킹을 거친 후 안내견이 되는 확률은 10마리 중 3마리 정도로 낮은 편이다.

'안내견 분양식'에 이어 진행된 '안내견 은퇴식'에서는 은퇴견 3두가 노후를 함께 할 입양가족을 찾았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안내견으로서의 수명은 대략 7년 정도로 이후 안내견학교에서 개별적인 연락을 통해 파트너와 은퇴를 논의한다. 안내견 '자유'의 시각장애인 파트너인 황인상씨는 "일주일 전 안내견의 은퇴 소식을 듣고 한동안 술만 마셨다"면서 "마음이 아팠지만 퍼피워커분들의 가정으로 돌아갔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시각장애인 파트너는 물론 퍼피워커, 홈케어(은퇴견 입양) 가정에 대해 꼼꼼한 심사를 거친 후 대상자를 선정한다. '해달'이라는 안내견과 생활 중인 시각장애인 당사자이자 안내견학교의 훈련사인 유석종 훈련사는 "시각장애인이라고 안내견을 분양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본인이 시각장애인임을 받아들이고 △실내에서 안내견과 함께 생활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활동 여부 △보행능력 등을 종합해 선정한다"라고 밝혔다.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안내견의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살핀다"면서 "은퇴 후에도 주기적으로 학교 내 병원 등에서 정기검진을 받으며, 무지개 다리를 건넌 후에는 장례까지 책임진다"면서 "장례식에는 퍼피워커 가정, 훈련사, 파트너 시각장애인, 홈케어 가정까지 모두가 함께 추모를 한다"고 전했다. 안내견학교 뒤뜰엔 안내견상이 있으며 하단엔 안내견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안내견은 총 116마리로 도움이 필요한 시각장애인 4만6000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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