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매년 9월 18~22일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진균 감염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지 않도록 감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지난 2017년 제정한 '세계 진균 감염 인식 주간'(FDAW)이다.
흔히 곰팡이로 알려진 진균은 일상 속 곳곳에 퍼져있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무좀이다. 무좀은 표재성 진균감염 중 하나다.
환자의 혈액이나 조직에 곰팡이균이 침투해 장기를 손상시키는 질환을 '침습성 진균감염'이라고 한다.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환자에게 침습성 진균감염이 발생할 경우 100일 후 사망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특히 진균을 치료할 때 항생제를 쓰는데, 환자가 '항생제 내성'을 가질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진균 감염은 지구 온난화 등으로 앞으로도 더 확산될 전망이다. 전 세계 약 10억명 이상이 감염을 경험하며 매년 150만명 이상이 진균 감염으로 목숨을 잃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인구의 약 7.1%가 매년 진균 감염으로 치료 받고, 매년 국민 100만명이 진균 감염의 영향을 받는다.
진균 감염은 2021년 국내 사망 원인 9위를 차지한 패혈증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뇌수막염이나 혈류감염같이 환자 혈액이나 조직에 곰팡이가 침투 및 증식함으로써 장기를 손상하는 '침습성 진균 감염'은 체내 면역력이 떨어질수록 더 치명적이며 감염 위험도 높다.
침습성 진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혈액암 환자에게서 약 50%, 타인에게 조혈모세포를 받은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에게서 약 87%로 나타난다.
그러나 침습성 진균 감염은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진균 감염과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한 인식과 치료의 중요성은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
CDC가 2019년 발표한 항생제 내성(AMR) 위협 보고서에서는 진균의 일종인 '칸디다속 진균'이 급박한 위협(Urgent Threats) 등급에 포함됐다. 위중성과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WHO도 항생제 내성 문제를 세계 공중보건의 최대 위협 중 하나로 규정하고 2022년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되는 '병원균 우선순위' 목록을 개정했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 진균, 바이러스 등이 특정 항생제에 저항력을 가지고 생존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감염 예방과 치료를 위협하며 질병 및 사망 위험을 높인다.
우리 정부도 2016년부터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추진하며 항생제 사용량을 통제하고 내성균이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항균제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를 포괄하는 항생제의 국내 정책 지원은 항균제에 집중돼 있다는 게 의료진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 2020년 국민보건 향상에 필수적인 의약품 중 일부는 신약으로서 건강보험에 등재될 때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을 생략할 수 있도록 요건이 재정비됐다.
하지만 이는 항생제 중 '항균제'에만 적용돼 논란이 됐다. 2022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시 지적이 됐고, 이에 보험당국이 "보완하겠다"고 답했으나 여전히 바뀐 게 없다.
진균 감염은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데다 감염 환자와 항생제 내성 환자도 증가세라 효과적인 치료 옵션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마침 2020년 1월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과 침습성 털곰팡이증에 대한 효과를 확인한 이사부코나졸 성분의 항진균제가 국내에 등장했다.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은 아스페르길루스란 진균이 폐로 유입돼 호흡기 계통 장기에 직접적인 조직감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약은 2021년 우리나라 국가필수의약품으로도 지정됐다.
유럽 임상미생물학·감염질환학회(ESCMID), 유럽 의료진균학연합(ECMM), 유럽 호흡기학회(ERS)가 발표한 공동임상 지침에서 침습성 폐 아스페르길루스증 환자의 1차 치료제 중 하나로 권고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적기에 최적의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침습성 진균 감염은 균이 몸속으로 들어와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고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가이드라인에 맞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21년에 신약이 도입됐으나 환자 접근성이 제한돼 실제 사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진균 감염의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한 신약 접근성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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