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배기량 대신 차값으로 세금 부과… 전기차 시장 위축 우려 [자동차세 과세기준 개편 착수]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0 18:20

수정 2023.09.20 18:20

고가 수입차에 높은 과세 예상
전기차도 세부담 증가 불가피
내연차보다 최대 2배 비싼 탓
업계 "탄소중립 기여 감안을"
배기량 대신 차값으로 세금 부과… 전기차 시장 위축 우려 [자동차세 과세기준 개편 착수]
정부가 논란이 계속된 자동차세 과세기준을 기존 배기량에서 차량가격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2배 이상 비싼 전기차들이 자칫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을 냈던 고가의 수입차들도 높은 과세가 예상된다.

행정안전부는 배기량에 따라 과세되는 기존 승용차 자동차세 과세기준을 차량가격 등으로 변경하는 입법을 내년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행안부는 개편안 마련 후 국내외 이해관계자와 산업계의 의견수렴 및 공청회 등을 거쳐 2024년 하반기 입법을 목표로 추진한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달 제4차 '국민참여토론'을 개최해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권고안을 마련, 관계부처에 통보했다. 행안부는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토론을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만큼 개편작업에 곧바로 돌입했다. 행안부는 한국지방세연구원과 함께 '자동차세 개편 추진단'을 구성하고 전문가, 관계부처 등으로부터 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수렴을 충분히 수렴해서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동차세 과세기준 개편 필요성에 많은 국민께서 공감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공평 과세기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개편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자동차세 과세기준을 가격 기준으로 바꿀 경우 수입차와 역차별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기차 판매부진이 심화될까 우려하는 눈치다.

전기차는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많게는 2배가량 비싸다. 가령 현대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의 기본가격은 3896만원이지만, 크기가 비슷한 기아의 대형 전기 SUV EV9은 7337만원에 이른다. 구매보조금을 고려해도 가격차이가 상당한 편이다. 배터리 가격이 아직까진 비싼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세 과세기준을 단순 가격으로 바꿀 경우 1년에 13만원(교육세 포함)을 세금으로 내던 전기차 소유자는 세부담이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싼 차량가격, 충전인프라 부족 등으로 올해 들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세금까지 급격하게 오른다면 국내 전기차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친환경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과세기준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형 내연기관 차량을 운행 중인 소비자들은 이번 정책을 반기고 있다. 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서 고가의 전기차나 수입차가 국산 일반 차량보다 자동차세를 훨씬 적게 내는 역차별 현상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중산층의 불만이 점차 커지자 정부는 30여년 만에 자동차세 개편을 추진해왔다.

그동안 전기차는 친환경차 도입을 촉진한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세제혜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차량가격으로 기준이 변경되면 내야 할 세금이 급격하게 오를 수밖에 없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 등 때문에 아직까지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비싸다. 비싼 돈을 주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렴한 유지비였지만 그 혜택이 사라지는 셈이다.

전기차는 배기량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방세법에서 '그 밖의 승용차'로 분류돼 일률적으로 13만원 안팎의 자동차세만 내왔다.

현재 우리 국민은 보유한 차량 수마다 매년 지방세로 자동차세를 낸다. 자동차세를 매기는 기준은 자동차 엔진 배기량이다. 비영업용 승용차를 기준으로 배기량 1000㏄ 이하는 1㏄당 80원, 1600㏄ 이하는 140원, 1600㏄ 초과는 200원 등이다.
이 같은 방식은 1990년 도입됐다.

이럴 경우 차 가격은 비싼데 세금은 싼 모순이 계속 발생했다.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S(1억1525만~1억2554만원)의 자동차세가 13만원인데, 동급인 제네시스 G80 3.5(6211만원)는 7배나 많은 90만2200원의 자동차세를 내는 기형적 현상이 벌어졌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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