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m, 93층 규모 고층빌딩 원밴더빌트 방문
100년 넘은 기차역 그랜드센트럴과 불과 30m 거리
문화재청 겨냥 "금과옥조 같은 규제...도움되나"
【뉴욕(미국)=이설영 기자】 서울의 앞으로 100년을 책임질 '서울공간 대개조'가 오세훈 서울시장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대규모 도심지 개발 시 녹지 확보는 물론 주변의 수변, 교통, 문화 인프라 등을 모두 연계해 복합개발을 하도록 유도한다.
다만 서울의 경우 다양한 문화재가 구도심 곳곳에 있어 개발에 제한이 많아, 오세훈 시장은 전통을 보호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규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과옥조 같은 규제...도움되나"
오세훈 시장은 2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에 2020년 준공한 높이 335m, 93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원밴더빌트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본 뒤 100년이 넘은 철도역 그랜드센트럴과 조화를 이룬 모습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오 시장은 "우리나라 같으면 그랜드센트럴 자체가 문화재이기 때문에 이런 주상복합 건물을 옆에 지을 수 없어 좌절을 하게 된다"며 "원밴더빌트를 건축계획을 심의할 때 문화재보호담당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그랜드센트럴에 존경하는 마음을 남기면 어떤 것도 좋다'고 했다는 게 굉장히 마음을 파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랜드센트럴은 1913년 개관한 곳으로 국가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다. 원밴더빌트와는 불과 30m 가량 떨어져 있다. 그랜드센트럴의 또 다른 옆쪽은 높이 500m, 83층 규모의 175파크애비뉴 프로젝트가 곧 첫삽을 뜬다. 뉴욕은 도심개발을 위해 개발권양도제의 일환인 '공중권'을 도입해 지으려는 건물 주변의 낮은 건물의 공중권을 사서 법적으로 허용된 높이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75파크애비뉴 프로젝트는 그랜드센트럴의 공중권을 획득해 추진됐다.
오 시장은 "실제로 존경의 마음을 표하기 위한 재질과 디자인을 반영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개발 방법론을 제시한 이곳 사람들의 혜안을 볼 수 있었다"며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규제를 만들어놓고 금과옥조처럼 지키는 것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냐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밴더빌트 설계사인 KPF는 건물 외벽의 아래 부분을 치마를 들 듯 살짝 올린 형태로 디자인 한 뒤에 개방감이 커진 로비공간과 그랜드센트럴을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또 도기(테라코타) 재질의 그랜드센트럴과 원밴더빌트가 너무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세라믹 재질을 활용했다.
오 시장은 "엔지니어링 기술만 발달하면 얼마든지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가로막혀 있다"며 "뉴욕의 개발 사례를 통해 느낄 것은 느끼고 배울 것은 배워야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천편일률적인 규제가 미래로 가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규제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그런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 대개조' 동서울터미널 신호탄 쏜다
오 시장은 "동서울터미널 지하 3개층에 버스가 계속 들락날락 할 거고, 그 공간 위에는 상업공간으로 스타필드가, 그 위에는 이마트 본사 사무실이 들어간다"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빌딩숲 속에 많이 만들어 늘 녹지 공간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고, 옥상에서 경치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동서울터미널은 1987년 문을 연 뒤 35년 간 운영하면서 시설 노후화, 주변 교통난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해 10월 동서울터미널이 최고 40층 높이의 광역교통 중심 복합공간으로 대변신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 시장이 동서울터미널 개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방문한 허드슨야드는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 공원 일대 입체복합단지다. 기존 낡은 철도역, 주차장, 공터 등 부지를 재개발한 것으로 빽빽한 빌딩숲 아래로 30개의 철로를 통해 열차가 지나다니는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빌딩숲이 공중에 떠있는 느낌을 준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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