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기술·사회·산업·문화 전반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문화 혁신과 사회·인구 구조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현상이다. 다가오는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가늠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뉴스1은 세상 곳곳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미래on'을 통해 다각도로 살펴본다.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통유리로 햇살이 들어오는 쾌적한 사옥 프롭테크타워 앞. 로비로 들어서니 먼저 출근 중인 동료의 뒷모습이 보인다. "빨리 나왔네." "응, 오늘 회의 10시지? 회의실 맡아놔야겠다."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전 회의가 있는 날이라 그런지 일찍 출근해 앉아 있는 직원들이 많다. '책상을 좀 치웠으니 이제 업무를 시작해 볼까.' 그런데 사무실에서 나가다 말고 어정쩡한 자세로 꿈쩍도 않는 김 대리, 어제저녁부터 계속 저러고 있었나 보다. '회의 전까지 안 돌아오면 전화해 줘야 하나.'
여느 회사의 일상 같지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이 모든 공간이 가상이라는 것.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컴퓨터를 켜 '소마(soma)'에 접속하면 바로 프롭타워테크 앞 도로다. 종합프롭테크 '직방' 직원의 설명을 토대로 재구성한 '1년째 맞는 출근 풍경'이다.
건물 안에는 층별로 각 부서 사무실이 있고, 개인 책상도 정해져 있다. 누가 출근했는지, (김 대리처럼) 도망갔거나 딴짓하는지도 알 수 있다. 키보드 채팅이 아니라 직접 말하고 들으며 소통한다. '현실의 나'는 각자의 공간에 있지만, '소마 안의 나'는 한 공간에 있음을 매 순간 실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많은 회사가 시행한 재택·원격근무와는 다른, 가상·증강현실에서의 출퇴근이다.
직방은 2021년 2월부터 전격 원격근무 체제에 돌입했지만 머지않아 오프라인 사무실을 대체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출근지가 없고 동료와 직접 대화 없이 업무만 분배해 넘기다 보면 유대감과 소속감이 옅어지기 마련이다.
그해 7월 가상오피스 '메타폴리스(Metapolis)'를 설립해 아예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본사를 가상공간 안으로 옮겼다. 1년간 운영하며 직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업그레이드 버전인 소마를 탄생시킨 것이다.
팬데믹 기간 재택 툴로 인기를 끈 기업 '줌(zoom)'조차 '위드 코로나' 이후 직원들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냈지만, 직방은 달랐다.
소마는 줌이나 구글밋 등 재택을 위한 협업 툴과 다르게, 처음부터 오프라인 근무 환경과 동일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는 설명이다. 직원에게는 개인 시간 및 공간 활용의 자율성을 제공하면서도, 오프라인 사무실 근무와 거의 동일한 업무 효율을 보일 수 있어 회사와 직원 모두 만족하며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마 안에 형성된 직방의 현실은 어디까지일까. 일례로 한 직원은 지난해 경력직으로 입사한 뒤 6개월간 한 번도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방을 만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면접도 소마에서 봤는데요." 그에게 일터는 소마 안에만 존재하는 셈이다. 접속과 동시에 출근하고, 친한 직원과 업무 중 잠깐 수다 떨 때도 회사 안 라운지 테이블을 이용한다. 퇴근하면 접속 종료. 완벽한 공간 분리다.
약 400명에 달하는 전 직원이 모이는 타운홀미팅도 소마 안에서 해결한다. 42컨벤션센터에는 500명씩 수용 가능한 홀이 6개 마련돼 있다. 발표자가 프레젠테이션하면 청중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중간중간 스피커를 켜 질문이나 발언을 할 수도 있다.
소마에 입주한 기업은 이제 직방뿐만이 아니다. 아워홈과 교원그룹 등 약 20개 기업이 소마 안에 둥지를 틀었다.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회사도 있고, 단발성 행사나 프로젝트 기간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HR(인적자원 관리) 테크 솔루션으로써 기업 수요가 있다고 보고 개발, 장기적으로 수익화를 목표로 만들어낸 직방의 상품이기도 하다. 제대로 만들기 위해 직접 이용하면서 서비스를 끊임 없이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현재 직방 직원 1인당 소마 이용 시간은 일평균 7시간. 유튜브 앱 이용시간보다 월등히 많다.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프롭테크로선 대한민국 1세대 기업인 직방. 회사 스스로가 IT(정보통신) 기술 속에 융합된 부동산을 실현한 셈이다.
장기적으론 트위터,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혁신 스타트업들이 탄생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쪽 지역(South of Market·SoMa)을 딴 이름처럼 글로벌 혁신 업무지구 구축이 목표다. 안드로이드와 iOS, PC 버전으로 이용할 수 있고 영어와 스페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12개 언어를 지원한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앞으로는 개개인의 달라진 생활 방식에 최적화된 근무환경을 제시하는 기업이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소마를 통해 대한민국 프롭테크 유니콘의 글로벌 성공 사례를 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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