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결했지만 내년 금리전망 상향
두번 남은 금통위, 인상 명분 쌓여
국고채 3년물 금리 또 연중 최고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년 금리전망을 0.5%p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동결 기조를 깰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에 물가가 들썩이는 데다 가계부채와 환율오름세를 고려할 때 3.75%로의 인상 명분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경기부진 완화에 방점을 찍었던 한은이 9개월 만에 '물가안정'과 '부채축소'로 무게를 옮겨 인상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두번 남은 금통위, 인상 명분 쌓여
국고채 3년물 금리 또 연중 최고치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FOMC 회의로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확인돼 한은의 금리인상 길이 넓어졌다.
미국 FOMC는 20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도 내년 금리전망을 4.6%(중간값)에서 5.1%로 높여 잡았다. 당초 내년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하하는 것에서 두 차례 인하로 조정한 것으로, 장기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한은은 오는 10월,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통방회의)를 앞두고 연내 인상 단행이냐 동결이냐 기로에 섰다. 한은은 올해 들어 1월 한 차례 금리인상 후 2월부터 8월까지 5회 연속 금리를 동결해왔다. 예상 밖의 유가 오름세가 가장 큰 변수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의 국제유가 오름세가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0.3달러로 마감, 6월 말(70.6달러) 대비 20달러 가까이 올랐다. 브렌트유는 93.2달러에 마감한 가운데 JP모건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이 지난달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 전제했던 배럴당 84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유가가 오르면 수출입물가와 원자재 가격이 올라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물가상승률도 3.4%로 반등, 한은 물가안정 목표 수준(2%)을 웃돈다.
긴축기조 장기화에 외환·금융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 대비 9.6원 오른 1339.7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342.2원까지 올라 지난달 21일(1342.8원) 이후 1개월래 가장 높았다.
같은 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5% 하락한 2514.9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520 선을 밑돈 것은 지난 8월 25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날 대비 2.50% 내린 860.68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7월 10일 이후 가장 낮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연 3.930%를 기록, 지난 18일의 연중 최고치(연 3.891%)를 다시 경신했다. 10년물 금리도 연 4.031%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다만 경기부진과 금융불안 요인을 고려할 때 한은이 실제 금리를 인상할지는 미지수다. 금리를 올릴 경우 차주 상환능력 저하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도 한은으로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