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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 이득 없다"… 서울 정비사업 곳곳 공사비 갈등 풀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4 19:06

수정 2023.09.24 19:06

북아현2·홍제3·한남2 공사비 협의
조합들, 시공사와 계약해지 취소
시공사도 한발 물러서 소폭 인하
소송땐 조합, 대형로펌 상대 부담.. 시공사는 손배 인정액 미비해 손실
"소송전 이득 없다"… 서울 정비사업 곳곳 공사비 갈등 풀었다

정비사업 공사비 이견으로 촉발된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달 들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홍제3구역, 용산구 한남2구역 등이 시공사와 계약 해지에서 유지로 선회하는 등 대립보다 안정을 택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조합은 치솟은 물가와 사업지연으로 새로운 건설사를 구해도 공사비에 큰 차이가 없고, 건설사 역시 소송을 통해 얻을 게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양측 모두 접점도출에 나서는 전향적인 모드가 짙어진 영향이 컸다.

■서울 정비사업장 곳곳 공사비 합의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단(삼성물산·DL이앤씨)과 계약 해지를 철회했다. 당초 조합은 23일 서대문구 북아현성결교회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삼성물산, DL이앤씨 공동사업단 시공사 선정 취소 및 공사도급가계약(2006.09) 해지의 건'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공단과 합의에 이르면서 임시총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1일 시공단 담당자와 조합이 만나 공사비를 재조정해서 진행하는 걸로 협의했다. 최종적으로 3.3㎡당 공사비를 748만원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조합에 따르면 2006년 9월 시공단과 3.3㎡당 약 358만원에 도급공사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 5월말 시공단이 조합원 특화품목을 반영해 통보한 공사비는 3.3㎡당 859만원으로 차이가 커져 갈등이 깊어졌다. 시공단이 인상된 공사비에서 3.3㎡ 100만원이상 낮추면서 조합도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이밖에 홍제3구역, 한남2구역도 시공사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6일 홍제3구역 조합은 예정됐던 시공사 현대건설과의 계약 해지 안건 상정을 취소했다. 공사비 갈등이 원인이었지만 이를 낮추고 사업비 추가 대여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에는 한남2구역도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 대우건설 재신임 관련 조합원 투표를 개최했다. 시공사 재입찰 시 비용 및 사업속도 지연 우려로 재신임에 찬성하는 표가 더 많았다.

계약해지 시 조합과 건설사 모두 실익이 없어서다. 시공사 재선정 기간은 짧아도 6개월 이상걸린다. 더구나 공사비 상승으로 입찰 참여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신당9구역 재개발 조합은 올해 1월 3.3㎡당 742만원으로 공사비를 책정해 입찰에 나섰지만 유찰된 바 있다.이 때문에 지난달 3.3㎡당 840만원을 제시해 시공사 선정 재도전에 나섰다.

대형건설사 A관계자는 "서울 정비사업지는 기존 수주물량이라도 잘 지키자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서울 핵심지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들어가서 이를 잘 유지해야 향후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B관계자는 "조합들이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시공사 계약해지를 하나의 협상카드로 이용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소송전 가면 조합·시공사 부담 커

법률 전문가들은 조합과 시공사 간 계약해지시 조합은 시공사의 대형 로펌과 소송전 벌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건설사의 경우 승소해도 공사비 상승에 따른 이익이 줄어 손해배상 인정금액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수주에 공들인 역량과 소송전 비용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나 다름없어 조합과 법적 다툼은 최후의 수단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시공사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은 계약이 이행됐을 때 시공사에서 얻을 수 있는 전체 금액에서 비용을 뺀 '이익'을 배상한다"며 "인건비, 자재값 등 비용이 급등하면서 시공사 입장에선 시공을 해도 이익이 남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사는 사실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금액은 미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공사비 급증에 따라 정비사업에서 시공사와 조합간 법적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다만, 더 낮은 공사비에 참여할 건설사를 찾기 어려워 웬만하면 합의로 기울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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