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필리핀 마닐라의 공항에서 근무하는 보안 요원이 승객의 가방에서 돈을 훔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그는 훔친 돈을 삼키려고 물을 들이키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 마닐라공항 검색대서 중국인 현금 도난
22일(현지시간) 필리핀 필스타라이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마닐라에 있는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던 한 중국인 승객 가방을 보안 요원에게 넘기고 난 뒤 전신 스캔을 받았다. 검색대를 통과한 그는 가방 속 지갑에 있던 300달러(약 40만원) 현금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승객은 이를 신고했고, 수사팀이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특이한 점을 포착했다. 해당 공항에서 보안요원으로 근무하던 아이렌시 모라도스가 출국 심사를 하던 중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입에 넣은 뒤 삼키려고 하다가 물을 마시고 계속 입을 움직이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된 것이다.
CCTV 확인후 추궁하자 "초콜릿 먹은 것"
조사 결과 모라도스가 입에 넣은 것은 중국인 승객의 돈으로 그가 동료에게서 물병을 건네받아 물을 마시는 장면까지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CCTV에는 모라도스의 상관인 에이브러햄 델 루나가 물을 마시고 있는 그에게 다가와 뭔가 말을 하는 모습도 담겼다.
공항 관계자는 "델 루나는 모라도스가 증거를 잘 감췄는지 확인하려했다"며 "물을 건네준 직원은 X-레이 검색 담당 직원인 레지노 앨런 폴란테"라고 설명했다.
모라도스는 "입에 넣은 것은 돈이 아닌 초콜릿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사관들은 "보안 검색을 하는 동안 초콜릿을 먹는 것은 비정상적인 행동이고, 초콜릿을 입 안에 밀어 넣기 위해 손가락을 넣고 물을 삼키는 경우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감독관과 물병 건네준 직원까지 '공범'
공항 측은 모라도스와 감독관, 물병을 건네준 직원 등 3명을 정직 처분했으며, 다른 팀원 14명도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지난 2월에도 필리핀 국제공항의 보안 검색요원이 중국 관광객의 시계를 훔치다 적발돼 체포됐으며, 1월에는 보안 요원 2명이 태국 관광객의 현금을 훔쳐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필리핀 국제공항은 지난 3월부터 공항 근무자들의 유니폼과 재킷에 주머니 다는 것을 금지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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