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관, 사형수 2명 대구서 서울로 이감 지시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교정 당국은 지난주 유영철과 정형구 등 2명의 사형수를 대구교도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이감시켰다.
유영철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 시내에서 17차례에 걸쳐 노인과 부녀자 등 21명을 연쇄 살인하고 방화, 사체 유기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피해자 사체 11구를 토막 내 암매장하고 3구는 불에 태우기도 했으며 수감 중에 성인 잡지를 반입한 것이 걸려 이를 뺏으려는 교도관을 폭행하기도 했다.
정형구는 1999년 자신들이 탄 차를 추월한다는 이유로 차에 타고 있던 신혼부부를 엽총으로 사살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구치소에는 사형장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는 강호순, 정두영 등 다른 연쇄 살인범 미집행 사형수들도 수용 생활을 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감 조치의 배경을 놓고 사형 집행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사형 집행에 나서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현재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사형수는 59명이다.
지난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서울구치소·부산구치소·대구교도소·대전교도소 등 사형 집행시설을 보유한 4개 교정기관에 시설 점검을 지시했는데,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시설을 갖춘 곳은 서울구치소가 유일했다고 한다. 사형은 교정시설의 사형장에서 집행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교정 행정상 필요한 조치"라고만 밝혔다. 대구교도소는 조만간 다른 곳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법무부는 이달 초 한 장관 지시로 유영철과 강호순 등의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 측으로부터 제대로 보상받았는지 등 실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철에게 살해당했던 40대 남성 노점상의 경우, 그 사건의 충격으로 둘째 동생과 막냇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셋째 동생은 정신적 트라우마로 정상 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당시 이귀남 법무부 장관 지시로 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 흉악범들을 집중 수용하고 사형 집행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백지화한 바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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