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50% 사들여 경영권 확보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구하기가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현대네트워크에 투자할 준비를 마쳤다. 현 회장으로선 2대 주주 쉰들러와 악연을 끝낼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Q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대네트워크(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9.26%)에 대한 투자 준비를 마쳤다. SPC '메트로폴리탄'을 설립해 투자하면 현대네트워크 지분 50%가량을 확보,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모두 3100억원을 투자, 현대네트워크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한다.
이를 위해 H&Q가 운용하는 블라인드펀드는 1100억원을 투자하는데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우리은행, 신한은행이 참여하는 인수금융(1000억원)도 협의를 마쳤다. H&Q 펀드 투자자(LP)들의 1000억원 규모 공동투자도 출자확약(LOC)을 받았다. 준비가 끝난 만큼 조만간 H&Q와 현대네트워크가 주주간 계약,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투자의 조기상환 시점까지 보유하는 것으로 가정해 산출한 수익률(YTC)은 12~20% 수준이다.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만기보장수익률은 9%다. 투자 후 4년 6개월~5년 중 콜옵션 행사도 두 차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로 H&Q는 현대네트워크,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 이사를 파견한다. PEF가 지배구조는 물론 경영에 참여하는 만큼 KCGI자산운용이 주장하고 있는 '대주주와 이사회의 분리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부분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 회장은 지난 7월 자기 명의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319만6209주(7.83%)를 현대네트워크에 매각했다. 매매금액은 총 1580억원 규모다. 이를 통해 현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7.83%에서 0%가 됐고, 현대네트워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10.61%에서 19.26%로 높아졌다.
현 회장이 지난 4월 M캐피탈로부터 연 이자율 12%, 4개월 만기로 2300억원을 대출받을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보유 주식에 설정됐던 질권 역시 해제됐다. 대신, 현대네트워크가 현 회장이 M캐피탈과 맺은 대출의 담보를 승계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H&Q 투자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지주사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20년 넘게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2대 주주 쉰들러로부터 현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쉰들러에 대한 현 회장의 잔여 배상금 조달을 위한 M캐피탈 2300억원 대출 상환이 이번 투자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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